서울 여의도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김모(32)씨는 대학에서 전기·전자를 전공했다. 공대생이라 취업은 어렵지 않을 줄 알았는데 중하위권 대학을 나와서인지 줄줄이 낙방했다.
몇 년을 더 보태 자격증을 따고 영어점수를 올렸지만 결국 중소기업에 취업한 김씨는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으며 야근을 반복하다 2년을 채 못 버티고 나왔다. 결국 그는 소자본으로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는 푸드트럭에 도전, 직장인에게 간식거리를 팔고 있다. 김씨의 동업자인 두 살 터울의 친척 동생 역시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고용불안에 시달리다 창업의 길로 뛰어들었다.
30대 자영업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한해만도 30대 창업기업 수는 6만여개가 늘었다. 반면 지난 2015년에는 2,115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중 93.5%는 개인사업자로 도매·소매업(27.0%)과 숙박·음식점(25.7%)이 절반을 넘었다.
특히 5명 중 3명(57.9%)은 “창업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창업에 내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창업교육을 받은 비중이 16.9%에 불과해 30대 창업은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떠밀린 부실창업은 자칫 사회 초년생인 30대를 신용불량자로 내몰아 또 다른 사회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10일 서울경제신문이 중소기업청·창업진흥원의 ‘2016년 창업기업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30대 창업기업 수는 31만487개로 2015년 조사 때(24만5,388개)보다 1년 만에 무려 26.5%나 늘어났다. 전체 창업기업 가운데 30대가 차지하는 비율도 2015년 조사 때(13%)보다 2.5%포인트 오른 15.6%로 전체 연령대 중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 조사는 2008~2014년에 창업한 7년 이하 창업기업 6,020곳을 표본으로 전체 통계를 추정했다.
30대 사장들이 대거 등장한 주된 이유는 높은 실업률,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일자리 미스매치 등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모순이라고 풀이된다. 15~29세 청년 실업률은 2014년 9%대에 진입해 지난해 2월 12.3%에 이를 정도로 고공행진을 벌여 그간 누적된 미취업자들이 창업시장으로 떠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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