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호(사진) KB증권 연구원은 주가연계증권(ELS)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몇 안되는 애널리스트다. 지난 2009년 ELS보고서를 처음 시장에 내놓으며 금융감독당국이 그의 보고서를 보고 파생상품 규제 변경 필요성을 고려했을 정도다. 경쟁사의 영입 유혹이 있을 만도 했지만 14년간 유안타증권(003470)에서 고집스럽게 파생 애널리스트 자리를 지켜왔다. 그랬던 그가 최근 KB증권으로 이직을 결정했다.
10일 KB증권으로 첫 출근한 이 연구원은 “초대형 투자은행(IB)이 성공하기 위해 파생상품 운용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운을 뗐다. 실제 초대형 IB 인가를 준비 중인 KB증권은 리서치센터 글로벌자산배분전략부 내에 ‘델타원파생팀’을 신설했다. 이 자리에 이 연구원을 팀장으로 임명했다.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실무부서와 협업을 강조하는 만큼 단순 시장분석 보고서가 아닌 상품개발 단계에서 직접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리서치의 역할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ELS 시장만도 올해 80조원 이상을 돌파해 내년 100조원대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초대형 IB가 자금운용을 위해서는 파생상품 수요는 더욱 커지고 파생 애널리스트의 역할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5년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폭락으로 큰 손실을 기록한 후 ELS 시장의 선순환 구조가 깨졌다는 분석에도 시장 이해도가 낮아서라고 선을 그었다. 이 연구원은 “상반기 발행된 ELS가 우호적인 시장 분위기 속에 3·4분기 조기상환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조기상환에 성공한 투자자가 재투자에 나서며 발행량은 다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ELS 상환금액은 39조8,6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7.1% 증가했다. 이 중 조기상환 금액이 32조2,827억원으로 전체 상환금액의 81.0%를 차지했다. 2·4분기 관망세를 보이며 발행량이 주춤했지만 주가 상승이 계속될 경우 조기상환 투자자의 재투자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 연구원의 논리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해도 녹인(Knock-in·손실구간 진입) 부담이 해소돼 발행량이 증가할 것으로 봤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 연구원은 “ELS의 경우 노녹인 지수형 상품에 가입하고 ‘몰빵’ 투자는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사들의 다양한 상품개발도 주문했다. 이 연구원은 “ELS 편입 기초자산을 다양화시킬 뿐 아니라 메자닌까지 포함된 상품구조를 구상해야 할 시점”이라며 “필요에 따라 현재 최장 6개월인 배타적사용권 기간 연장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송종호·서지혜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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