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앞서 분주한 모습이다. 외부 자문사와 자문계약을 맺거나 내부적으로 강연을 여는 등 본격적인 제도 시행에 대비하고 전문성도 보완한다는 차원의 움직임이다.
7일 자산운용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KB자산운용은 각각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 대신지배구조연구원과 의결권 자문계약을 맺거나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자사 컴플라이언스나 리서치팀 등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와 관련된 업무를 맡되 일부 자문을 구할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자산운용도 CGS와 자문 계약을 맺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는 만큼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수년간 지배구조 개선 펀드를 운용한 경험이 있는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 대표(전 알리안츠자산운용 대표)를 초빙해 사회책임투자(SRI)에 관한 세미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들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준비하면서 의결권 자문사들도 치열하게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 의결권 자문사는 CGS·대신지배구조연구원·서스틴베스트 등 세 곳에 불과하다. 여기에 ISS·글라스루이스 등 외국 자문사도 국내 시장을 노리고 있다. 자체 리서치 인력이 부족한 중소 운용사일수록 의결권 자문사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초기에는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충분한 경험을 쌓은 운용사나 의결권 자문사가 드문 탓이다. 이 대표는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은 경영활동 관여만 전담하는 팀이 있을 만큼 오랫동안 전문성을 키워왔다”며 “무조건 경영진을 괴롭히기보다 경영진과 소통해 함께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여가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외국계 의결권 자문사들은 한국의 기업환경 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조언을 내놓기도 한다”며 경계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밖에 ‘제2의 엘리엇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며 법적 분쟁을 벌인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처럼 경영활동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한국은 낮은 ROE와 배당성향 때문에 엘리엇 같은 행동주의 투자자에게 최적의 투자처”라고 지목했다. 다만 엘리엇의 투자 이후 해당 기업의 순이익이 개선되는 등의 결과를 감안할 때 최종적으로는 코스피의 추가 상승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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