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일본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을 주도하고 있는 박정호(사진) SK텔레콤 사장이 이번 인수가 반도체 업계의 최강자인 삼성전자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에, SK하이닉스는 D램에 강점이 있는 만큼 양사가 협력하면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와 기술 및 시장점유율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 사장은 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도시바 인수가 삼성전자에 대항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메모리 기술이 “우리보다 삼성전자가 앞선다”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 차원에서 도시바 인수전과 관련해 삼성전자를 겨냥한 발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삼성이 반도체 설비투자를 확대하며 후발 주자들을 따돌리고 있는 가운데 낸드 시장 공략이 절실한 SK가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통해 삼성을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박 사장은 “SK하이닉스는 도시바가 생산하는 낸드플래시 메모리에 대한 강한 입지가 필요하다”며 “회사는 도시바 메모리에 부족한 D램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앞으로 고객들이 낸드플래시와 D램을 하나의 세트로 요구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SK하이닉스와 도시바 메모리는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일본 민관 공동투자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와 일본개발은행,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등으로 구성된 한미일연합에 포함돼 지난달 21일 도시바 메모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SK하이닉스는 직접 출자가 아닌 융자 방식으로 3조원가량을 제공하기로 했지만 의결권 지분 확보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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