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조8,000억원. 국내 전체 리버스펀드 설정액(4조9,334억원)과 실제 순자산(3억1,532억원)의 격차다. 리버스펀드는 특정 지수의 하락세에 베팅하는 상품으로 올 들어 국내외 주요 증시와 금값 등이 모두 오르면서 수익률이 폭락했다. 올 초 코스피가 박스권을 뚫지 못할 것으로 예상해 코스피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사들인 투자자들은 섣부른 예측에 큰코다친 셈이다.
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리버스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0.15%까지 추락했다. 원유나 달러선물 등을 따르는 리버스펀드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 코스피지수와 연동된 상품이다 보니 코스피와는 반대되는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코스피 하락폭의 2배만큼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된 레버리지 펀드들은 더욱 처참한 성과를 냈다. ‘KB코리아인버스2배레버리지’ 펀드의 연초 후 수익률은 -31.67%, ‘NH-Amundi코리아2배인버스레버리지’는 -31.65%까지 떨어졌다. 코스피지수의 움직임과 그대로 연동되는 ‘미래에셋TIGER인버스’ ETF는 올해 수익률이 -16.58%다. 올 들어 코스피 지수의 상승률은 약 17.9%다.
이 같은 리버스펀드의 성적표에 속 끓는 투자자들은 적지 않다. 올 들어 리버스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1조6,058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동안 국내주식형 펀드에서 6조5,463억원이 빠져나가는 등 투자자들의 환매 행렬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리버스펀드는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는 이야기다.
특히 리스크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관보다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이 높다. 한지숙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전략팀 대리는 “지수가 많이 올랐다고 판단하면 하락기를 대비해 인버스·인버스레버리지 ETF를 사들인다”며 “KODEX인버스 ETF의 상장 후 누적 거래량 중 개인투자자 비중이 약 57%에 달할 정도로 높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시장 예측은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어지간한 업계 전문가들도 지수 예측은 조심스러워한다”며 “특히 레버리지 상품은 해외에서는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거래할 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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