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팁 및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육아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오는 글 중 ‘아기띠’와 관련된 게시물을 찾아볼 수 있다. 아기띠를 착용하면 아이를 안았을 때 자연스럽게 다리가 벌어지는 ‘쩍벌 자세’가 되는데 이 경우 다리가 너무 많이 벌어져 아이에게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지, 과연 올바르게 착용한 것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뒤따른다. 간혹 이 다리 벌어짐 현상을 걱정해 다리가 11자 형태로 모아진 상태로 아래로 다리가 떨어지는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처럼 아이의 무릎을 쭉 편 채 다리와 엉덩이가 일직선이 되도록 하는 자세는 아이에게 고관절 탈구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자세다. 동일하게 집에서 흔히 하는 ‘쭉쭉이’는 아기의 성장을 위해 다리를 늘려주는 마사지로 알려졌지만 아이의 다리를 쭉 펴는 자세는 자칫 고관절이 탈골 될 수 있어 자제해야 하는 것 중 하나다.
아기들은 엄마의 자궁 속에서 다리가 M자로 구부러진 일명 ‘개구리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때문에 출생 후 태아의 관절이 자연스럽게 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태어난 아기가 다리를 구부린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미국의 국제고관절이형성연구기구 ‘IHDI’ 의료자문위원회의 보고에 따르면 유아에 사용하는 기구를 잘못된 자세로 장시간 사용할 경우 고관절 탈구 및 엉덩이 뼈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위험이 있다.
고관절 탈구란 아기의 엉덩이 관절 윗부분인 관골부와 아래 부분인 대퇴골두가 정상적으로 맞물리지 않고 어긋나는 현상을 뜻한다. 어린 아이일수록 탈구가 일어나도 특별한 통증 및 증상이 없어 걷기 시작할 때까지 눈치 채기 어렵고 유아용품 등 후천적인 환경에 따라서도 발병 가능하기 때문에 고관절 이형성증을 예방하기 위해 아이 안는 법 및 아기띠 착용법 등 권장자세를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나우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이혁진원장은 “다리를 자연스럽게 M자형태로 만들어 주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기의 엉덩이를 충분히 받치고 다리를 양 옆으로 벌려 허벅지가 무게를 받쳐주게 되면 엉덩이가 안정적인 자세가 되므로 엉덩이뼈 관절이 받는 힘이 크게 줄어들고 이는 고관절탈구를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관절 이상유무는 아이의 기저귀를 갈 때 다리가 잘 벌어지지 않거나 양쪽 엉덩이와 허벅지 주름이 비대칭인 경우 의심해볼 수 있다. 또 탈구된 쪽의 다리가 짧아 다리 길이의 차이가 느껴지거나 아이를 눕히고 양쪽 무릎을 접어 올렸을 때 무릎 높이가 다르다면 고관절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고관절 탈구는 조기 치료가 중요한 질병인 만큼 이런 경우 미리 파악해 소아정형외과 등을 내원해 진료를 진행해야 한다.
아기띠 브랜드 에르고베이비 관계자에 따르면, 아기띠 착용시 가장 올바른 자세는 “제품에 맞닿은 아이의 허벅지가 아이의 무게를 받쳐주고 엉덩이는 무릎의 높이보다 아래에 위치한자세”라며“무릎이 구부러진 상태에서 다리를 양 옆으로 벌려 고관절이 90도로 벌려져 있는 일명 ‘M자세’를 유지해주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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