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지난 2012년 이후 5년 만에 상반기 기준 세계 수주 점유율 1위를 되찾았다. 점유율 1위 회복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조선소는 삼성중공업이다. 올 상반기 알짜 해양플랜트 2건을 수주하며 수주 갈증을 해소한 삼성중공업은 하반기에도 상선을 중심으로 수주 낭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적자 전환해 지난해까지 부진을 지속하던 영업이익도 올해 흑자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주가도 지난해 5월 기록한 최저가 7,220원 대비 70% 이상 뛰어올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1,425억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 전환이 확실시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 1조5,01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후 지난해까지 적자를 지속했다. 그러나 올 들어 대규모 수주를 잇따라 유치하며 부진의 고리를 끊었다. 삼성중공업은 상반기에만 13척, 48억달러 규모를 수주해 올해 수주 목표를 채웠다. 현대중공업보다 수주물량은 적지만 금액은 ‘빅3’ 가운데 가장 많다. 부유식 원유 생산설비(FPU), 부유식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설비(FLNG) 등 해양플랜트 두 척을 총 37억7,000만달러에 수주한 덕분이다. 최진명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2018년까지 최소 10개 이상의 해양플랜트가 발주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상반기에 해양플랜트가 수주 실적을 이끌었다면 하반기에는 상선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미국 엔지니어링 업체 시원 캐리비언과 건조의향서를 체결하고 15억달러 규모의 대형 화물선 12척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원유 수요의 지속적인 증가와 아시아 국가의 석유정제설비 확충 등으로 탱커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중공업은 3일 싱가포르 AET사로부터 약 2억달러 규모의 셔틀탱커 2척을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리비아 원유 생산량 증가로 이 같은 아프라막스급 원유 운반선 발주량이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리비아 원유 생산량은 아프라막스 탱커와 수에즈막스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 지역으로 수송된다”며 “아프라막스 탱커는 2019년부터 인도량이 줄어들게 되며 노후선 비중이 높은 상황이므로 리비아 원유 생산량 증가를 계기로 발주량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아프라막스급 탱커 분야 1위 조선소라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어 박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의 수주 잔고에서 해양플랜트는 줄어들고 상선 비중이 늘어나고 있으므로 영업실적은 점진적인 개선세를 보이게 될 것”이라며 “삼성중공업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올해 3.4%에서 2018년 3.2%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업황 회복에 대한 확신은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선박 발주의 증가를 회복으로 보기보다는 기저 효과로 판단하는 편이 더 타당해보인다”며 “2011~2015년 상반기 발주량과 비교하면 올 상반기 누적 발주량은 오히려 63%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수주량이 매출을 넘어서는 시점이 중요하다”며 “조선업종에 대한 투자확대는 올 하반기 말이나 내년 상반기가 적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와 상선 발주환경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시추선 관련 이슈가 주가 상승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있다. 삼성중공업이 시드릴·오션리그·스테나 등과 계약한 시추선의 경우 인도거부 혹은 인도지연 등의 사업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테나 대상 반잠수식 시추설비 소송에 따른 비용발생 위험은 실적에 부정적 요인”이라며 “드릴십 시장 부진 역시 삼성중공업의 사업 위험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시추설비 리스크는 모두 노출돼 새로운 불확실성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의 시추설비 중 올해 인도 예정인 스타토일 잭업리그 2기는 용선이 된 상황이라 인도 차질 가능성이 낮다”며 “이제는 추가 리스크보다 시추설비 시장의 저점 신호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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