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가 윤모씨는 최근 거래 증권사가 판매하는 건설회사 전자단기사채(전단채)에 투자할지 고민 중이다. 본격적으로 재테크를 시작하려 했지만 주가가 많이 올라 섣불리 투자에 뛰어들기 부담스러워지자 단기채권 투자로 눈을 돌린 것이다. 전단채의 경우 만기가 3개월 정도로 짧아 부담이 낮다는 것도 투자심리를 부추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역사적 고점을 연일 다시 쓰는 가운데 주식 대신 채권으로 ‘역발상 투자’를 하는 개인이 늘고 있다. 국내 증시가 박스권을 돌파하면서 주식 투자가 부담스러워진 투자자들이 만기는 짧지만 수익률은 은행보다 높은 채권 투자에 관심이 높아졌다. 안정적인 투자를 추구하는 자금이 몰리지만 발행사의 신용등급이 낮을 경우 오히려 주식보다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특히 관심을 보이는 채권은 전단채다. 전단채는 기업어음(CP) 거래의 부작용을 해소하고 단기자금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된 채권이다. 전자 방식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거래 지역의 한계가 없고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높다. 개인투자 고객이 많은 키움증권은 최근 이런 전단채의 이점을 잘 활용하고 있다. 온라인 전문증권사로 지점이 없는 키움증권은 최근 금융상품영업팀의 인력을 확충해 채권 판매를 강화했다. 지난 3월 판매한 총 50억원 규모의 현대중공업 전단채(매수이율 연 2.6%)는 판매 4일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한 증권사의 채권상품 담당자는 “전단채를 판매하는 기업이 대기업인 경우 채권 상환에 대한 신뢰가 높아 더욱 관심이 쏠린다”고 설명했다.
전단채가 아니어도 만기가 1~2년으로 짧고 수익률이 높은 채권 역시 인기다. 6월 초 판매를 시작한 두산 채권은 기관투자가들의 수요예측에서는 미달했지만 개인에게는 인기를 끌고 있다. 만기는 2년이지만 수익률이 연 4%로 높아 초단타매매가 아닌 중장기 투자자에게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키움증권이 판매한 장외 대한항공ABS(3.2%)도 총한도 100억원 중 약 90억원을 판매해 완판 직전이다.
증권사들 역시 투자자들의 변화하는 성향을 반영해 전단채 펀드에 투자하는 ‘전단채 랩(wrap)’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출시한 ‘신한명품 스마트전단채 랩’은 출시 1년 만에 판매액 9,000억원을 돌파했다. 동부증권은 지난달 전단채·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에 투자하는 ‘동부 해피플러스 전단채 랩’을 출시했다. 약 3개월 단위로 단기 투자가 가능한 상품이다.
시장 관계자는 “단기채권은 만기가 짧아 효율적으로 단기자금을 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주로 단타 매매를 하는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며 “다만 신용등급이 낮고 수익은 높은 고위험 회사채의 경우 기업의 기본적인 가치를 분석한 후 투자하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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