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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개방 확대…'공유지의 비극' 맞나

가계 통신비 인하 압력에

와이파이 공유 내놨지만

접속자 몰려 속도하락 우려

망 추가할 이유도 사라져

"기존 고객들이 되레 피해"





대학생 송강현(가명) 씨는 집 밖을 나설 때면 스마트폰의 와이파이 기능을 꺼둔다. 와이파이 신호를 잡느라 스마트폰이 버벅대는 경우가 잦은데다 막상 와이파이 신호를 잡아도 LTE보다 속도가 느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송 씨는 “집 밖에서 와이파이를 이용하면 간단한 웹서핑이나 채팅을 할 때도 버벅거리는 경우가 잦다”며 “와이파이 신호를 잡느라 배터리도 빨리 닳아 동영상 같은 대용량 콘텐츠를 이용하지 않는 한 와이파이를 꺼둔다”고 말했다.

송 씨처럼 밖에서 와이파이를 꺼두는 이용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시책에 발맞춰 이동통신사들이 와이파이를 전면 공유하기로 했지만, 와이파이 접속자 수가 급증하면서 데이터 전송 속도는 더욱 느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소유권 개념 없이 무분별하게 자원을 공유할 경우 사회적 비효율이 초래된다는 ‘공유지의 비극’이 와이파이 시장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현재 SK텔레콤(017670)은 13만7,091개 와이파이 액세스포인트(AP)를 운영 중인 것을 비롯해 KT(030200)와 LG 유플러스는 각각 18만9,790개와 7만9,140개를 운영하고 있다. 총 40만 개에 달한다. SK텔레콤은 이중 8만개를 타사 가입자에게 개방했으며 연말까지 2만개를 추가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KT는 오는 8월까지 10만개를 개방할 예정이며 LG유플러스(032640)는 이미 개방을 완료했다.

문제는 이들 모두 와이파이 추가 설치 계획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와이파이는 자사 고객 서비스 및 마케팅 차원에서 구축했는데 전면 공유를 하게 되면서 (각 이통사 입장에선) 추가로 구축할 이유가 사라졌다”며 “와이파이 품질 개선 등 애프터서비스는 계속 하겠지만 추가로 와이파이를 구축할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매출 기여도가 적다는 점도 구축 동기가 사라진 이유다. 와이파이를 개방하는 대신 시간당 15초 가량 노출되는 광고를 내보내 수익을 거둘 수는 있지만 매출 기여도는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KT까지 오는 8월부터 와이파이 개방에 가세하면 각 사가 가져갈 모바일 광고 수익은 오히려 줄어들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오히려 와이파이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2015년에는 13만9,207개의 AP를 운영했지만 올 들어서는 13만7,091개로 줄였다. KT 또한 같은 기간 19만2,270개에서 18만9,790개로 줄었다. LG유플러스는 같은 기간 AP가 7만9,140개로 소폭 증가했지만 지난 2013년 9월 말 8만6,626개와 비교하면 줄어든 규모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보편 요금제 도입 등으로 손실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객 서비스 수단의 의미를 상실한 와이파이 구축에 굳이 신경을 쓸 이유도, 필요도 없게 된다.

와이파이가 추가로 구축되지 않으면 이용자들은 저품질 데이터 서비스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이통 3사가 개방한 와이파이는 각 이통사 가입자는 물론 알뜰폰 가입자, 외국인 관광객들도 쓸 수 있다. 접속자가 일시에 몰리면 데이터 속도가 느려져 일부 지역에서는 속도가 3G의 평균인 5.5Mbps 보다 느린 5Mbps 이하에 그칠 가능성도 높다. 이통사들은 기존 와이파이 대비 10배 이상 동시 접속자를 수용할 수 있는 기가 와이파이 등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몰려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와이파이 속도가 떨어지는 상황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국정기획위가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위해 이통사에게 와이파이 개방을 사실상 강제했기 때문에 벌어진 비극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통사간 와이파이 개방은 문재인 대통령의 통신비 인하 공약 중 하나다. 이통사들은 기본료 인하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비교적 부담이 덜한 와이파이 공유 카드를 내걸며 선제적으로 대응했지만 결국 와이파이의 경제적 효용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와이파이 공유 확대는 이통 3사 가입자들이 낸 통신요금으로 알뜰폰이나 별도 요금제에 가입이 안 된 공기계 이용자들의 데이터 이용 환경을 개선해 주는 셈”이라며 “와이파이 시장에서 경쟁이 사라져 결국 피해는 기존 이통 3사 고객이 받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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