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업체가 중국에서 발을 빼고 있다. 중국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진출 초기와는 달리 경영 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종합화학은 지난 4월 중국 내 테레프탈산(TPA) 영업지점인 한화종합화학 상하이 유한공사를 청산했다. TPA는 폴리에스테르섬유·페트병 등의 원료로 쓰이는 화학제품이다. 한화종합화학은 2007년 중국 TPA 수출량이 늘면서 현지 사무소를 개설했고 2010년 정식 영업법인으로 전환했다.
청산 이유는 중국 TPA 시장에서 기대할 만한 이익을 낼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진출 초기와는 달리 지금은 중국의 TPA 자급률이 급격히 높아진 상황이며 공급과잉 우려까지 제기된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TPA 자급률은 한화종합화학이 법인을 세운 2010년 69%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98.5%까지 확대됐다. 이에 따라 대중국 수출량도 같은 기간 309만톤에서 8만톤으로 급감했다. 6년 사이 수출량이 98% 급감한 것이다. 한화종합화학 관계자는 “중국이 TPA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바뀔 정도로 급격히 생산량을 늘렸다”며 “중국 시장의 메리트가 사라진 만큼 법인을 청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도 최근 9년 가까이 운영하던 중국 내 합작법인을 정리했다. 올 4월 이사회를 열고 중국 ‘금호석화심양유한공사’ 파산신청 결정을 내렸다. 이 회사는 폴리스티렌(PS)을 이용해 건축 내장재에 주로 사용하는 고급형 압출단열재(XPS)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2008년 중국 심양화학공업건설투자유한공사와 공동으로 설립했다. 중국의 건설 경기가 좋았을 때 세웠지만 2013년부터 중국 정부가 부동산 억제 정책을 내놓자 건축경기가 위축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악화되고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로 가격경쟁까지 야기된 상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중국이 ‘기회의 땅’임은 분명하지만 최근 석유화학제품 자급률을 높이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국내 화학업계의 제일 큰 시장이지만 중국 역시 석유화학산업을 정책적으로 키우고 있어 신시장을 개척하고 고부가 제품으로의 전환하는 등 다양한 대비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