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정부가 새 정부의 공약인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방안 마련에 시동을 걸었다. 가계통신비를 구성하는 이동통신요금과 휴대전화 단말기 부담을 낮추기 위해 각계 의견을 수렴한 후 새로운 통신요금체제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개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월 평균 14만4,000원에 달하는 가계통신비 중 통신요금을 낮추기 위해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이라는 높은 장벽을 넘어야 하는 만큼 우선적으로 이통사의 자발적인 통신요금 인하 노력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17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더불어 민주당 관계자들은 전날 대선 공약을 점검하는 시간을 갖고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 등을 점검했다. 미래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전날 회의는 대략적인 안을 살펴본 것으로 구체적인 통신비 인하 방안이 나오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공약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면 이에 맞춰 구체적인 정책을 확정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도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제시한 위약금 상한제 등 가계통신비 인하와 관련된 방안을 폭넓게 검토 중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부처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내부적으로 아이디어 취합을 시작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통신비 인하와 관련된 얘기를 내부적으로 하고 있다”며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큰 틀을 정해주면 그에 따라 방안이 정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이통사 측에 요금인하를 강제하기에 앞서 알뜰폰 활성화 등 시장 친화적 방안을 먼저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 등 이해관계자와의 협의, 법률개정 등의 과정을 감안하면 실제 통신비 부담완화 방안이 나올 때까지는 3개월에서 6개월 이상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이통사들은 불만은 크다. 통신 관련 매출이 계속해서 줄어드는 데다 5G 투자 여력 등을 감안하면 통신비 인하를 감당하기 버겁기 때문이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15년 이통사들이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선보이면서 사실상 요금을 대폭 낮췄고 선택약정 할인 이용자 확대로 매출을 끌어올리기 힘든 상황”이라며 “정부가 이통사 요금을 강제 인하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인데다 주주들의 반발 등을 감안하면 내부에서도 ‘통신요금을 인하해야 한다’ 식의 이야기를 하기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단통법은 개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가계통신비의 한 축인 단말기 가격이 높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데다 공시지원금 상한제가 통신비 부담을 높이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휴대전화 구입때 받는 보조금을 제조사와 이통사가 각각 분리해 공시할 경우 보조금으로 지출하는 마케팅 비용만큼 단말기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관련 방안의 핵심이다. 또 9월말 일몰되는 공시지원금 상한제를 조기 일몰해 보조금 경쟁을 한시라도 빨리 촉발시킬 것으로 보인다. 지원금 상한제는 단통법 시행 직후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됐을 정도로 소비자 불만이 큰 제도다.
다만 이용자 간 가격 차별을 금지하고 단말기 가격을 표시하는 단통법의 기본 틀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단말기 유통을 사실상 이통사가 독점하는 데다 통신 요금제와 묶여 있기 때문에 여타 상품 대비 소비자가 가격을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선택약정으로 요금할인 20%를 선택하는 가입자 비중이 높아지고 및 중고 단말기 및 알뜰폰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계 통신비가 어느 정도 인하됐다는 판단도 단통법을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가구당 통신비는 14만7,700원이었지만 이듬해 14만4,000원으로 줄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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