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대한통운은 지난해 11월 강원도에서 드론택배를 시범 운영했다. 드론을 활용해 영월영업소와 농업기술센터 사이 왕복구간에서 소형화물을 배송했다. 하지만 아직 드론택배는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불가능하다. 현행 항공법상 인구밀집지역과 가시권 밖 비행(약 1㎞ 이상) 및 고고도 비행(150m 이상) 등이 제한돼 있다. 정부는 항공법을 비롯한 드론 규제를 단계적으로 풀어 상용화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지만 이렇게 되더라도 아마존처럼 온라인쇼핑 업계가 드론택배를 직접 운영하는 것은 어렵다. 물건 배송은 택배 업계에 위탁하도록 제한한 국내 규정 때문이다. 쿠팡의 ‘로켓배송’을 두고 불법 논란이 불거졌던 것도 같은 배경에서다. 온라인쇼핑몰 관계자는 “국가 전체적으로 드론 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칸막이 규제’ 때문에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잡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1·2·3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기계가 인간의 손과 발 역할을 했다면 4차 산업혁명은 기계가 인간의 뇌를 대체하게 된다. 기계가 인공지능(AI)과 ICBM(IoT, Cloud, Big Data, Mobile) 등 정보기술 인프라를 통해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고 인지·학습·추론하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촉발할 지능정보기술은 특정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산업 전반에 적용되면서 경제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선제적 기술 도입과 공격적인 대응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선발주자와 후발주자 간 기술 격차가 확대되고 플랫폼 선점기업의 승자독식이 4차 산업혁명의 주된 흐름인 만큼 ‘패스트팔로어’가 아닌 ‘퍼스트무버’ 전략을 적극 구사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는 여전히 ‘갈라파고스 규제(고립된 섬처럼 외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차 산업혁명 시대에나 있을 법한 낡은 규제와 정치권의 구태가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공인인증서, 게임셧다운제, 휴대폰본인확인제, 의무설치 보안 프로그램 등 갈라파고스 규제는 셀 수 없이 많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갈라파고스 규제’만 개혁해도 92만3,000개 일자리와 63조5,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역대 정부는 규제 개혁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해왔다. 박근혜 정부 역시 영국과 미국의 사례를 롤모델로 삼아 ‘규제비용관리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규제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규제정보 포털에 등록된 규제 수는 2014년 3월 1만5,303건에서 올해 3만8,844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사회지표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28% 수준으로 OECD 평균(42%)에 비해 매우 낮은 형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세계 140여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4차 산업혁명 준비도 순위에서도 우리나라는 일본(12위)이나 대만(16위), 말레이시아(23위)보다 낮은 25위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분권형·네트워크형 정부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조직 간 칸막이를 없애고 프로세스 중심 조직으로 재구성하며 개방형 직위를 확대하고 프로세스 전문가를 육성하면서 시대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혁신의 발목을 잡는 규제에 대해서는 접근방식 자체가 달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존 우리 법체계는 열거식(positive)으로 법에 규정돼 있지 않으면 사업을 할 수 없는 형태로 규제되고 있다. 최상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법으로 명확히 금지할 사항만 적시하고 나머지는 허용하는 방식으로 규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생명·안전과 관련해 반드시 필요한 사항만 규제하고 나머지는 상황에 따라 규제를 만들어가는 포괄식(negative) 규제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20대 국회 개원 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으로 여야 간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파행이 지속된 것에도 업계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2월까지 미방위는 법안 처리 ‘0’건의 오명으로 얼룩지면서 정상적인 입법부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다. 그나마 2월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보통신기반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 등 10건의 법안이 통과된 것이 전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는 속도전이 핵심인데 국회가 정상적인 기능을 못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민간업계가 떠안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해 전기차, 자율주행차·신재생에너지·인공지능·3D프린팅·빅데이터·산업로봇 등 미래 핵심기술을 지원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는 부처 간 업무 분장 및 협업 시너지를 최대화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 초안을 제시한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기획센터장은 “정부의 모든 부처가 관련돼 있는 만큼 ‘4차 산업혁명위원회’라는 컨트롤타워를 통해 예산을 조정하고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규제를 혁파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며 “스마트 고속도로, 스마트 하우스, 스마트 도시 등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적극 추진하는 동시에 산업의 기초가 되는 융합형 연구 지원과 공공 데이터 개방, 그리고 초등학교부터 전면적인 소프트웨어 교육을 통한 ‘교육혁명’ 등을 순차적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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