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모든 면에서 나쁜 협상이지만 힐러리 클린턴에 의해 만들어진 한국과의 협상(한미 FTA)은 ‘끔찍한(horrible)’ 협상”이라며 “우리는 한국 정부에 (재)협상 방침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에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재협상에) 준비돼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나 대신 거기에 가서 얘기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달 방한했던 펜스 부통령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연설에서 “한미 FTA 개선(reform)이라는 목표를 향해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라이시저 USTR 대표의 인준안은 상원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했다. 찬성은 82표, 반대는 14표였다. 라이시저는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서 USTR 부대표로 20여 개의 양자 무역 협정 체결에 참여한 통상 전문가다. 이로써 트럼프 정부가 라이시저를 공식으로 임명하고 나프타와 한미 FTA 재협상을 선언하면 90일간 의회 회람 기간을 거친 뒤 정식으로 재협상 절차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한미 FTA 재협상을 기정사실화한 만큼 라이시저 신임 대표의 결정만 남은 셈이다.
산업통상부는 미국 정부에서 공식적인 재협상 통보가 온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달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를 두고 ‘끔직한(horrible)’ 협정이라고 표현하며 ‘폐기(terminate)’하거나 ‘재협상(renegotiate)’하겠다고 말했다. 그 당시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며 “미국 쪽 실무진과 계속 협의하고 있는데 그 발언 이후 구체적인 지침이 아직 내려온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산업부는 USTR 대표가 인준된 만큼 향후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한 움직임이 구체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통상 당국은 USTR 당장의 타깃은 나프타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도 라이시저 대표가 인준되면 나프타 재협상과 관련해 미 의회에 통보하고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라이시저도) 나프타를 우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미 FTA 재협상이 가시화하고 있는 만큼 빨리 통상 관련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학부 교수는 “지금까지는 대통령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한다고 했는데 외교통상부를 부활시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조직이 흔들리고 있다”며 “청와대 인선을 확정 짓고 빨리 통상조직을 어떻게 가져갈지 결정해 대응 체제를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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