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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개선 온기에 지갑 열지만…내수소비는 잠잠

1분기 해외 여행객 14.3%↑

명품 매출 비중도 사상 최고치

국내 민간소비 증가율은 0.4% 그쳐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가 개선되면서 얼어붙은 민간의 소비심리가 나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온기가 국내 소비보다는 특히 해외 여행과 해외 유명 브랜드(명품) 소비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명 백화점(롯데·현대·신세계)의 해외 유명 브랜드 매출 비중은 1·4분기 15.7%를 기록했다.

해외 유명 브랜드 매출 비중은 지난해 말 13.5%로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는데 1·4분기에는 2.2%포인트 더 올라 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해외 유명 브랜드는 매출 집계 대상인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명품 브랜드로 고가의 가방과 의류·화장품을 파는 매장들이다. 1·4분기 백화점 매출이 5.6% 늘었는데 해외 유명 브랜드는 7.16% 뛰었다.

실제로 국내 한 대형 백화점의 1·4분기 명품 매출은 전년 대비 23.4% 증가했다. 이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샤넬과 에르메스 등 3대 명품은 꾸준히 신장하고 있다”며 “특히 구찌와 크리스찬디올 등은 새롭게 선보이는 제품라인이 인기를 끌면서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해외 여행객도 1·4분기 651만명으로 전년보다 14.3%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방학 등으로 해외 여행 수요가 증가한 데 영향을 받았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여행사인 하나투어는 올해 1·4분기 해외 여행 송출객 수가 전년 대비 21%, 모두투어는 33.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 여행객 증가로 지난 1월과 2월 신용카드로 항공사에 결제한 금액(한국은행)도 전년 대비 각각 32.2%, 41.1% 뛰었다.



명품과 해외 여행 지출은 최근 수출을 중심으로 살아나는 경기를 반영했다. 올해 1·4분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0.9%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0.7~0.8%)를 웃돈 성장률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최근 부진했던 세계 경기가 개선되면서 수출국가인 우리의 성장률도 나아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슈퍼 호황’ 덕에 수출은 지난달 전년 대비 24.2% 늘어난 510억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액은 1956년 통계를 작성한 후 2014년 10월(516억달러) 다음으로 많다.

하지만 경기 개선의 온기가 명품과 해외 여행 등 일부만 혜택을 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 분기(0.2%)보다 0.2%포인트 오른 0.4% 수준에 그쳤다. 이마저도 사상 최대를 기록한 해외 여행에 따른 해외 소비가 늘어난 데 영향을 받았다. 1·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지난해 2·4분기(0.8%)와 4·4분기(0.6%)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다.

더욱이 1·4분기 수출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기여한 정도(순수출 기여도)는 오히려 마이너스(-0.7%)였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수출도 늘었지만 수입도 많이 증가했고 우리나라 국민들이 해외에 가서 쓴 금액도 수출로 잡히기 때문에 순수출 기여도가 마이너스를 보였다”고 말했다.

/구경우·박윤선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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