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국정과제로 노동·공공·금융·교육 등 4대 구조개혁을 밀어붙였지만 결국 실패했다. 특히 구조개혁의 핵심인 노동개혁은 4대 법안(근로기준법·파견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 입법이 노동계와 야당의 반대로 결국 국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기업 구조조정 역시 마찬가지다. 해운업 구조조정은 한진해운의 몰락으로 사실상 실패했고 조선업은 대우조선해양에 추가자금 투입 과정이 진행 중이다.
구조개혁과 기업 구조조정은 차기 정부에서도 난제 중의 난제다. 국민들이 고통을 분담해야 하고 추진 과정에서 이해 관계자들의 저항도 만만찮다. 대선 과정에서 후보들이 해당 이슈를 제대로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이유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려면 차기 정부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전직 경제부처 장관들은 그나마 정부 초기가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 구조개혁과 기업 구조조정의 큰 그림을 그릴 적기로 봤다. 이들은 구조개혁과 기업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대통령이 (앞에서) 직접 뛰며 설득하고 부처를 이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역대 어느 정부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난제인 만큼 대통령이 직접 컨트롤타워가 돼 진두지휘해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는 4대 구조개혁을 국정과제로 추진했지만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며 “4대 구조개혁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꼭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외에도 새 정부는 개혁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며 “개혁의 큰 그림을 우선 그리고 (주요 과제들을) 선별한 후 청사진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구조개혁·구조조정 같은 국가적 난제 해결을 위한 해법으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티나(TINA)’ 리더십을 제시했다. 대처 전 총리는 영국병을 고치기 위해 문제를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털어놓은 뒤 개혁의 필요성과 효과를 제시하고 대안을 마련해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더 이상의 “대안은 없다(There is no alternative)”며 노동계를 설득해 ‘미세스 티나(TINA)’로 불릴 정도로 강력한 정치 리더십을 보여줬다.
기업 구조조정의 키 역시 금융위원장이나 경제부총리에 맡길 것이 아니라 차기 대통령이 직접 잡고 주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석우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전임 정부의 경우 부처 간의 협조가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부처를 모아 놓고 분위기를 조성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홍 전 장관은 반면교사의 사례로 한진해운 구조조정 과정을 들었다. 한진해운은 부처 간의 미숙한 협업과 대응 과정에서 결국 파산 절차를 밟았다. 그 결과 한국은 양대 국적 선사 중 하나를 잃었다. 그는 “돌이켜 보면 한진해운 사태는 막을 수도 있었던 것이 아니냐”며 “차기 대통령은 관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협업하면서 다시 구조조정의 그림을 그려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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