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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지주사 정책에 50조 허공에…삼성전자 자사주의 눈물

"글로벌기업 5곳 인수할 돈인데

정치권 입김에 주식부양에 투입"

재계, 아쉬움 토로 목소리 커져

자사주 전량 소각 '국가적 낭비'

외인·기관투자가는 최대 수혜





삼성전자 주가가 자사주 소각 발표로 연일 고공행진인 가운데 삼성이 마지못해 선택한 ‘지주사 백지화’와 ‘자사주 전량 소각’이 오롯이 주가 부양에 활용되는 것과 관련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재계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이 기본적으로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이라고는 하지만 50조원 규모의 천문학적 자금이 주식시장에만 집중되면서 삼성이 애써 모은 자사주의 단물을 50% 이상 지분을 소유한 외국인 등 주요 주주들만 빨아들이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순환출자를 해소하라며 지주사 전환을 압박하더니 이제 와 지주사 전환의 발목을 잡아 삼성에 ‘자사주 전량 소각’이라는 불가피한 선택을 안긴 정부와 정치권의 행태가 국가적 낭비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3일 “50조원에 달하는 삼성의 자산이 설비투자나 고용 또는 인수합병(M&A)에 활용됐다면 국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훨씬 긍정적이었을 것”이라며 “오락가락하는 지주사 정책의 폐해와 그에 따른 삼성의 마지못한 자사주 전량 소각 조치는 기업인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27일 자사주 전량 소각 조치 발표 직후 전날 대비 2.43% 오른 219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이후 최고가 기록을 계속 경신하고 있다. 지난 2일 종가는 224만5,000원으로 지주사 전환 발표 직전인 26일과 비교하면 4.9% 올랐다. 자사주 소각 영향으로 발행 주식 수가 감소함에 따라 주주들의 이익 및 자산가치는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적으로 이번 자사주 소각의 최대 수혜는 삼성전자 지분을 대거 보유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에 집중되고 있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자사주 소각은 이처럼 주가 부양에 큰 역할을 했지만 삼성이 자사주를 이런 식으로밖에 활용할 수 없었던 것은 결국 정부와 정치권의 지주사 정책이 오락가락한 탓이 크다. 자사주를 지렛대로 지주사 전환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정치권이 원천 차단하면서 삼성 입장에서는 차선책을 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이 지난달 27일 지주사 전환 포기를 발표하면서 ‘법적 불확실성’을 거론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상법개정안은 기업이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로 재편될 경우 자사주의 의결권 부활을 막도록 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의결권이 없지만 인적분할 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쪼개지면 부활한다. 차기 정부에서 상법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삼성이 자사주 의결권의 부활 없이 사업회사 주식 20%를 확보해 지주사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60조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구속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과 대외적으로 악화된 삼성의 이미지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삼성이 지주사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가운데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주주 달래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재계는 정부와 정치권이 20년 전부터 주도해온 지주사 정책이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뒤집히면서 국내 최대 기업의 어마어마한 자산이 주식 부양에만 전용된 모습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다. 50조원은 삼성전자가 약 2년간 설비투자를 할 수 있는 규모이며 하만과 같은 글로벌 기업 5개를 인수할 수 있는 자금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을 경영권 승계의 잣대로만 보는 단편적인 시각이 자사주의 활용가치를 제한한 셈”이라며 “차기 정부에서도 이처럼 일관성 없는 기업 정책이 계속될 경우 국가에 대한 기업의 신뢰도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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