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은 유독 이번 대선에서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해 말부터 ‘충청 대망론’으로 들썩였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지율 1위의 유력 주자로 발돋움하면서 김종필(JP) 이후 충청 출신의 거물 정치인이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쏟아졌다.
그러나 올해 초 반 전 총장의 갑작스러운 불출마 선언으로 충청권은 시름에 빠졌다. 충청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한순간 물거품으로 변했다. 한 달 뒤 안희정 충남지사가 떠오르며 대망론의 불씨는 다시 살아났지만 연이은 구설로 금세 꺼졌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충청 민심은 아직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반 전 총장과 안 지사의 낙마와 중도보수층의 기대주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하락세로 지지를 모아줄 후보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논산에 사는 자영업자 한모(58)씨는 “안 지사가 논산 출신이어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며 “반기문이나 안희정 같은 충청 사람이 나와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많았는데 다 못 나오게 돼 이제는 사람 보고 찍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충청 사람들은 이번 대선을 유례없는 특이한 선거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민련·자유선진당 같은 충청을 기반으로 한 정당이 없고 수도 이전 같은 거대 지역 공약도 없는 첫 선거이기 때문이다.
대전에서 20년 가까이 거주한 40대 노모씨는 “대전은 충청 출신보다 외지인이 많지만 충청을 기반으로 한 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독특한 곳”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지역을 대표할 후보가 없고 공약도 차별성이 없어 개인 입장에 따른 투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거가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1강 2중 2약’ 구도가 되자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두고 고심하는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특히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은 홍 후보의 상승세를 눈여겨보는 듯했다.
서산 동부시장에서 만난 김예화(60)씨는 “문재인을 막기 위해 안철수를 찍으려 했는데 TV 토론회를 보고 홍준표로 돌아섰다”고 전했고 상인 정영석(67)씨는 “서산은 오래 산 현지인이 많아 보수색이 강한 곳”이라며 “홍준표를 지지하기는 하나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문 후보의 지지세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대전에 거주하는 초등학생 교사 민모(29)씨는 “동호회에서 또래들과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문재인(을 찍으려고 한다)”이라고 전했다.
천안 중앙시장에서 자영업을 하는 한 40대 유권자는 “안희정이 되기를 바랐지만 떨어진 뒤 마음이 흔들렸었다”면서도 “그런데 안 지사가 통합을 강조하며 문재인을 지지하자 저도 문재인을 뽑기로 했고 주변 사람들도 많이 문재인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대전·천안·서산=류호·박형윤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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