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신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를 지향하는 자칭 타칭 ‘스트롱맨’이다. 홍 대통령의 별명은 심지어 ‘홍트럼프’다.
칼빈슨호에서 열린 정상회담 테이블에서 홍 대통령은 마주앉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를 요구했다. “비핵국가인 남한과 핵미사일을 보유한 북한 간의 비대칭 전력을 극복하고 공포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핵’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핵’에는 ‘핵’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지난 1991년 12월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남한 내 핵 부재 선언’을 발표한 지 26년 만에 전술핵 문제가 다시 한미 간 공식 의제로 떠오른 셈이다. 홍 대통령은 또 원자력추진 잠수함 도입을 위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요구했다.
국방비는 대폭 늘어났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킬체인 및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구축, 첨단전력 구비 시기 단축, 해병특수전사령부 설치, 원자력 잠수함 도입 등에 세금이 쓰였다.
이른바 ‘373’ 정책(3% 후반대 성장, 고용률 70%,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을 내건 홍 대통령은 과감한 규제개혁에 나섰다. 법인세 인하 등 감세를 단행하고 정부 곳간을 활짝 열어젖히는 한편 한국은행을 압박해 금리 인상을 억제했다. ‘성장’에 올인하기 위해 재정과 통화라는 경제정책의 쌍두마차를 총동원한 ‘쌍끌이’ 정책이다. 정부 규제도 금지되는 행위만 나열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했다.
법인세뿐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상하다’고 했던 기름값(유류세)도 대폭 인하됐다. 특히 2,000㏄ 이하 중형차에 대한 유류세는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건강’을 명분으로 대폭 올려 세수 증가의 일등 공신이 됐던 담뱃값도 다시 인하됐다.
기업 오너가 자식에게 사업을 물려주는 ‘경영권 승계’는 한결 쉬워졌다. ‘가업 승계 인센티브’가 강화된데다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비한 경영권 방어 수단인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제)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노동정책에 대한 대전환도 일어났다. 취업난과 경제난의 원인으로 ‘노동쟁의’를 지목했던 홍 대통령은 강성 귀족노조로 인해 대기업의 국내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대기업 노조 개혁에 나섰다. 자동차·조선·철강 등 대규모 제조업 노조가 주 타깃이다.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고용 유연화 조치를 취하면서 해고는 쉬워졌고 고용 세습은 금지됐다.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지원은 늘어났다. ‘선별적’ 복지다. 가정양육수당(현행 10만~20만원)은 2배 인상됐고 소득 하위 5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월 15만원의 초중고 아동수당(바우처)이 도입됐다. ‘폐지’된 사법시험은 부활하며 취업을 위해 대학 졸업을 유예한 대학생들의 학비 부담은 사라진다. 검사 출신인 홍 대통령은 “사법고시와 행정고시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유일한 제도적 통로”라고 주장해왔다. 어르신을 위한 기초연금은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상향됐다. 단 현행처럼 소득 하위 70% 어르신으로 대상이 제한된다. 학교 무상급식 등을 두고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 논쟁이 불붙지만 홍 대통령의 신념은 확고하다. 홍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농촌지역에 치명타를 입힌 ‘김영란법’은 후퇴됐다.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인 접대비 상한은 10·10·5로 완화되고 농축수임산물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60여명인 사형수 중 일부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흉악범에 한해서는 사형을 집행하겠다”는 공약을 이행한 것이다.
‘무능’과 ‘부패’의 상징인 검찰에는 두 개의 경쟁자가 생긴다. 홍 대통령이 경찰에 독자적 수사권을 부여하고 권력형 비리를 감시하는 특별감찰관의 감찰 범위를 대통령 비서실 수석비서관급 이상에서 행정관급 이상으로 대폭 넓혔기 때문이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