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4분기에 10조원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둔 삼성전자가 올 한해 30조원가량을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시설투자에 쏟아부을 예정이다. 이미 지난 1·4분기에만 9조8,000억원의 시설투자비를 집행한 상태로 남은 2·4~4·4분기 동안 20조원가량을 V낸드플래시와 시스템반도체(시스템LSI),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에 투자해 ‘초격차’ 전략을 이어나간다.
삼성전자는 1·4분기 시설투자비가 9조8,000억원으로 이 중 반도체에 5조원, 디스플레이에 4조2,000억원을 투입했다고 27일 밝혔다. 지난해 4·4분기에 분기 기준 최대 규모인 10조7,700억원을 시설투자비로 쓴 데 이어 올해 1·4분기에도 10조원가량의 실탄을 투자한 것이다. 이명진 삼성전자 IR 전무는 “올해 시설투자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V낸드·시스템LSI·OLED 등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1·4분기 시설투자 규모와 향후 사업계획을 감안하면 올해 시설투자 규모는 3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시설투자비가 25조5,000억원 규모로 목표치였던 27조원을 달성하지 못한 만큼 남은 돈을 올해 투자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특히 핵심인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V낸드 중심의 투자 확대가 이어질 계획이다. 오는 7월 본격 가동되는 평택 18라인에서 V낸드를 양산하며 연말까지 단계적 증설이 이뤄질 예정이다. 중국 최대 반도체 생산거점인 시안공장의 2기 투자도 검토 중이다. 전세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무는 “고용량 V낸드플래시 기반 서버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을 위해 점진적으로 2D 생산능력을 V낸드플래시로 전환하는 작업도 이뤄진다”고 말했다.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시장 지위가 낮은 시스템반도체 역시 대규모 투자가 단행된다. 시스템LSI사업부는 올해 화성에 10나노 생산라인을 신설하고 기존 11라인 일부를 활용해 정보기술(IT) 기기뿐 아니라 자동차 등으로 수요처가 확대되고 있는 상보성금속산화막반도체(CMOS) 이미지센서 라인을 짓는다. OLED 투자의 경우 충남 아산의 LCD 7-1라인을 OLED 생산설비로 전환하는 중이며 생산능력이 한계에 달한 OLED A3라인의 확장 역시 추진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1·4분기에 연결 기준으로 매출 50조5,500억원, 영업이익 9조9,000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치였던 2013년 3·4분기(10조1,6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반도체 사업이 6조3,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실적을 이끌었다. 반도체 사업의 분기 영업이익이 6조원을 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2·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올해 1·4분기의 경우 갤럭시S8 출시로 인한 매출이 거의 반영되지 않아 모바일(IM) 사업에서 2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2·4분기부터는 3조~4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예상한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2·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전 사업 부문에서의 이익 개선에 따라 13조~14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상반기에만 23조~24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연말까지 50조원도 가능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