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에서 삼성전자를 보면서 우려하는 게 있다는 것은 잘 압니다. 그래도 미래를 향한 삼성의 발전과 소비자의 편익을 위해 혁신은 멈출 수 없고, 멈춰서도 안 됩니다. 기업 인수합병(M&A)은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진행할 겁니다.”
고동진(사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최근 미국 뉴욕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혁신을 향한 삼성의 스마트폰 전략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대답을 꺼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로 인한 대량 리콜(제품 회수), 그룹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나름대로 혁신 작업을 꾸준히 고민하고 추진해왔다고 자부했다. 고 사장은 “지금도 (혁신과 관련해) 크고 작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고급 음향업체 하만카돈,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비브랩스 등에 이어 또 다른 M&A가 이어질 것임을 암시했다.
고 사장은 새로 출시된 갤S8과 갤S8플러스가 출시 20여 일 만에 1,000만대가 넘게 팔린 ‘갤럭시S7’의 성과를 가뿐히 뛰어넘을 것으로 확신했다. 그는 “갤S8·갤S8플러스의 초도 물량을 갤S7 출시 때보다 2배 이상 준비해 왔다”며 “다음 달 21일 출시 이후 월말까지 공급에 전혀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보기술(IT)·증권업계에서는 갤S8·갤S8플러스의 다음 달 초도 물량이 1,250만대를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스마트폰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최고 매출을 기록할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진 셈이다.
고 사장은 갤S8에 담긴 AI 비서 엔진 ‘빅스비(Bixby)’에 대한 높은 기대감도 공개적으로 내비쳤다. “빅스비는 삼성전자가 6년 전 ‘S보이스’를 만들 때부터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라며 “데이터베이스 검색을 기반으로 한 구글 어시스턴트나 아마존 알렉사와 달리 앱과 앱을 연결해 작동한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빅스비는 한국어와 영어에 대한 음성인식 기능을 먼저 서비스한 후 스페인어·중국어·독일어 등 6~7개 언어로 확대할 예정이다.
갤S8의 유저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에 대한 특별한 애착도 숨기지 않았다. 고 사장은 지난해 갤S7 출시 이후 삼성전자 매장에 ‘미스터리 쇼핑’을 나갔다가 “기계를 이렇게 잘 만들어놓고 옛날 시골 극장 간판처럼 색칠해놓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쓴소리를 한 50대 고객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매일 새롭게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물이 갤S8”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노트7 단종과 관련한 솔직한 속내도 털어놨다. 그는 “무선사업부를 총괄하게 된 뒤 노트7 리콜로 회사에 경영손실을 크게 끼친 것에 대해 처음에는 아주 괴로웠다”며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빚을 빠르게 갚아서 2020년, 2030년이 됐을 때 삼성전자의 성장 밑거름이 되도록 하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한편 노트7의 충전율을 ‘0%’로 만들어 강제로 돌려받는 조처가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고 사장은 “노트7을 잘 쓰고 있는데도 미국 항공기에는 반입조차 할 수 없는 등 고객들이 손해를 입는 상황을 보면서 마음이 매우 아팠다”며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폰 제조 업체가 처음으로 어렵게 리콜을 결단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뉴욕=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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