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28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주장해온 조건 없는 컨소시엄 구성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금호타이어 매각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겉으로는 채권단이 박 회장에게 공을 넘겨 자금마련안을 본 후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재논의해보겠다는 것이지만 박 회장 측이 즉각 “일고의 검토할 가치도 없다”며 반발하면서 사실상 채권단과 박 회장 측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박 회장은 채권단이 자신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입장을 예고한 만큼 법적 절차는 물론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 불허라는 초강수를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와 ‘금호타이어’를 비롯한 브랜드 마크(CI·BI)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쓰기 위해서는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에서 확답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상표권의 실제 소유자인 금호산업은 아직 어떤 확답도 하지 않고 있다. 금호산업의 소유자는 박 회장이다. 다만, 상표권을 공동으로 갖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은 구두로 허용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더블스타의 입장에서도 상표권 허용이 불발될 경우 9,500억원이라는 거금을 써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이유가 없어진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더블스타도 금호타이어라는 브랜드 사용을 전제로 들어왔는데 금호 브랜드를 못 쓰면 공장 몇 개를 1조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인수한 격이 된다”면서 “금호타이어 인수 효과가 반감돼 더블스타로서도 인수 이유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5년간 사용한다는 전제로 1조원에 가까운 인수대금을 써냈지만 ‘금호’라는 브랜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거액을 주고 금호타이어를 굳이 인수할 이유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금호타이어 노조도 더블스타 측에 매각되는 것을 반대하는 상황이고 지역 여론은 물론 유력 대선후보들까지 나서 매각을 반대하는 상황이다 보니 실익에 비해 더블스타가 치러야 할 부담이 너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더블스타가 금호라는 브랜드를 쓰지 않고 더블스타 브랜드로 완성차 업계에 타이어를 납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응이다. 완성차에 ‘더블스타 타이어’가 장착된다고 가정했을 때 고객들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컨소시엄을 통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길이 막히면 차라리 시간 끌기를 통해 이번 매각을 불발시키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회장의 입장에서는 더블스타로 갈 경우 금호타이어를 되찾아 그룹 재건을 할 가능성이 낮아지지만 이번에 매각이 불발될 경우 나중에 다시 인수 기회를 노릴 수 있어서다.
일부에서는 채권단과 박 회장이 정면 충돌하면서 매각 자체가 불발되면 박 회장이나 더블스타 모두 상처를 받을 수 있어 공동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박 회장과 더블스타가 공동으로 인수해 박 회장이 경영 전반을 맡고 더블스타가 설비를 활용하는 투트랙 방식이 현재로서는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실제 박 회장과 더블스타 측이 몇 차례 접촉을 시도한 정황도 확인되고 있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이론적으로 가능한 방안”이라며 강하게 부인하지 않았다. /김보리·강도원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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