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 집회를 앞두고 사채권자와 채권자, 대우조선해양의 움직임이 긴박하다. 이르면 2주일 안에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이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28일 비공식 내부회의를 열고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처리 방안을 논의한다. 국민연금은 비공식회의 이후 외부 위원들이 참석하는 투자관리위원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후 기금본부 투자위원회를 열어 최종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7일 직원 200명이 ‘별동대’를 만들어 개인 투자자의 동의서를 얻기 위한 설득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4월 초에는 사채권자들의 여론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만약 4월17일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조정이 부결되면 5월에 한 번 더 가결을 시도하지만 이마저 실패하면 사실상 법정관리인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에 돌입한다.
◇콜센터·대면접촉 등 개인투자자 설득=대우조선해양은 사무직 부차장급 간부 200명으로 채무조정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이번주 중반부터 투자자 마음 돌리기에 나선다. 1조3,500억원가량의 회사채 중 개인 투자자 비중은 3,200억원으로 적지 않다. 2,000억원의 기업어음(CP) 투자자 20명도 접촉해야 한다. TF의 목표는 사채권자 집회에 오지 못하는 투자자를 설득해 동의서나 위임장을 받는 것이다. 앞서 지난 25일부터는 직원들이 직접 콜센터를 운영해 문의를 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가장 좋은 것은 동의서를 받는 것이고 참석해 출자전환에 찬성하겠다는 의사를 들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당장 4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의 44%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과도 접촉해 회사 상황을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이번주 초 투자관리위원회와 투자위원회를 잇따라 열어 입장을 정할 예정이다.
◇1차 사채권자 집회 가결 힘들어=금융당국이나 대주주와 대우조선해양이 바라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4월 초까지 투자자의 찬성 여론을 확보하고 17일 사채권자 집회에서 구조조정안을 가결시키는 것이다. 가결은 전체 투자자의 3분의2 이상이 동의하고 그들의 투자금이 전체의 3분의1 이상이어야 한다. 5회차 투자자가 이틀에 걸쳐 참석하는 회의에서 첫 순서인 4월21일 만기 회차 투자자의 결정이 주목된다.
◇무산되면 즉각 P플랜 돌입=만약 4월17~18일 집회에서 가결되지 않으면 그 순간 모든 회사채 투자자는 대우조선해양에 원리금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투자자가 대우조선해양 자산에 가압류를 걸고 공매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원리금을 받아내기는 어렵다. 이 경우 4월21일 만기 회사채가 연체된 상태에서 다시 사채권자 집회를 소집할 수 있다. 사채권자 집회 공고는 3주 전에 내야 하므로 일러야 5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하다.
하지만 2차 사채권자 집회에서도 부결된다면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국책은행 등 채권단도 신규 자금지원을 철회할 수밖에 없다. 지원을 이어간다면 채권단이 낸 돈이 회사채 원리금 상환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회사 직원의 임금이나 원자재 구매 비용도 지원하지 않을 방침이다. 결국 대우조선해양은 자율협약과 법정관리를 결합한 P플랜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정부가 23일 발표한 지원방안은 백지화되고 채권단이 더욱 많은 돈이 드는 새 회생방안을 법원의 승인을 받아 진행한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의 자산은 매각되고 대금은 공익채권(채권단의 신규자금, 직원 임금, 거래회사 대금)을 갚는 데 쓴 후 남으면 회사채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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