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계좌는 연간 납입금액의 16.5%를 기본 수익으로 제공한다. 연봉이 5,500만원 이하라면 연간 700만원을 납입했을 때 연말세금정산을 통하여 115만원의 세금을 돌려받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상품을 적절히 활용하여 자산을 잘 관리했다면 추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예금 이율이 1.5%밖에 안 되는 저금리시대에 절세가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세금 말고도 수익률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준조세라 불리는 국민건강보험료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사유로 국민건강보험은 가입자를 직장과 지역으로 구분하여 보험료 부과 체계를 달리 했다.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의 6.12%를, 지역가입자는 재산과 자가용 등에 일정 점수를 매겨 보험료로 걷는 방식을 취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이런 이중적 잣대로 인한 불합리를 개선하자는 논리가 힘을 얻으면서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지난 1월 23일 정부가 발표한 개편안을 보면 궁극적으로 가입자 구분을 없애기 위해 재산 중심에서 소득 중심으로 보험료 부과 체계를 점차 바꿔 나가겠다는 것이다. 비교적 너그러웠던 피부양자 기준도 상당히 엄격해질 전망이다.
소득에는 근로소득도 있지만 연금소득, 이자·배당소득, 부동산임대소득도 있다. 소득을 중심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면 부동산이나 금융상품의 투자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금은 각각의 소득이 연간 4,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건보료가 추가되지 않지만 앞으로는 합산 소득이 2,000만원만 넘어도 추가로 내야 할지도 모른다. 가장 온건한 정부안만 봐도 당장 공적연금 수령액이 일년에 3,400만원을 넘으면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되거나 보험료가 뛰게 되고 2019년 이후에는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보험료가 상승하게 된다. 2018년 12월부터 연 2,000만원 이하 임대 소득도 분리과세 소득으로 전환되어 소득의 14%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데 건보료까지 부과될 판이다. 부동산 투자의 수익률을 크게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졸지에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당하여 지금까지 보험료를 내지 않았던 사람이 부과 대상이 된다면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는 것과도 같다. 가장 흔하게 이런 상황을 접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상은 공무원연금 수급권자다. 우리나라의 공적보험은 세금만큼이나 사회적 배분 기능이 강하다. 절세에 힘써야 하는 것처럼 국민건강보험의 제도 변화를 유심히 살피고 적절하게 대응해야 할 이유다. 투자 계획을 세우거나 연금 계획을 세울 때 반드시 당장 눈에 보이는 수익률과 세금뿐 아니라 각종 준조세를 정교하게 고려해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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