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수준이 증가할수록 주거공간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특히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 지 오래됐고 노후주택이 많아지면서 신규건축보다는 인테리어 공사를 통해 거주공간을 꾸미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말 현재 국내 홈 인테리어시장 규모는 약 11조원.
시장은 커졌지만 인테리어 시장은 대표적인 레몬마켓(판매자와 수요자간 정보 비대칭성이 큰 시장)으로 남아 있다. 낙후된 업계 구조 때문에 부실시공, 계약불이행 등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2회에 걸쳐 인테리어시장의 문제점을 파악해본다.
# 직장인 김상동(가명)씨는 최근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면서 화병을 얻었다. 그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인테리어업자에게 3,000만원짜리 공사를 맡겼다. 그런데, 업자는 공사 구간마다 추가비용을 청구했다.
예상치 못한 비용청구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입주시기를 맞춰야 했던 터라 울며겨자먹기로 추가비용을 지급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공사 마감 후에 여러 곳에서 하자가 발생했고, 이에 대해 보수를 요청했지만 인테리어 업자는 연락이 끊겼다. 그는 다른 업자를 찾아 추가비용을 지불하고 하자를 고칠 수 밖에 없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법이 정한 자격도 없이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무면허 인테리어업자들이 넘쳐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인테리어시장의 고질적 병폐로 꼽히는 계약불이행, 부실시공, 하자분쟁 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1,500만원 이상의 건설공사를 할 수 있는 건설업등록증을 갖고 있는 인테리어업체는 50% 미만으로 추산하고 있다. 절반 이상이 무면허 인테리어업자라는 것.
인테리어 중개서비스업체 A대표는 “중개 어플리케이션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인테리어 시공업체 중에서 건축업 면허를 보유한 곳은 절반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인테리어 업종등록은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어서 무자격업체가 얼마나 많은지 산출하기는 어렵다”며 “무자격업체 문제를 인식하고 있고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테리어 사업자는 1,500만원 이상 공사때 건설업등록증이 없으면 현행법 위반으로 벌금 등의 처벌을 받는다. 그럼에도 무자격 인테리어업자들이 난립하는 까닭은 영세한 인테리어업체들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말 현재 국내에 등록된 인테리어 사업체는 약 2만4,000여곳. 이 가운데 10인 미만 사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4%에 달한다. 1인 자영업이거나 소규모 업체이다보니 관련법이 규정하는 실내건축공사업 자격증을 받기 위한 최소 요구 자본금 2억원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세업자들은 법의 문턱이 너무 높아 선의의 범법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실제로 전기공사 자격증의 경우 최소 요구자본금이 2억원이었는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면서 자본금액이 1억5,000만원으로 낮아졌다. 인테리어 시공업체 관계자는 “국내 인테리어업체들 중에서는 1인 사업장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 많은데, 이들이 2억원이란 자금을 마련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을 잘하느냐 여부지 면허가 중요한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무자격 인테리어 업체들의 난립은 해묵은 병폐여서 이를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에따라 일단 소비자들이 인테리어 서비스를 선별하는 자구 노력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할 때는 공사의 주도권을 소비자가 갖고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기본적으로 인테리어 업체에 자격증 보유여부를 확인하고 또한 인테리어 서비스는 일종의 경험재라는 점에서 공사 진행과정을 확인하면서 대금지급을 결정하는 것이 소비자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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