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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치료 주도권 경쟁 뒤처지는 한국] 글로벌 IT사 시장 선점하는데…기술·규제 벽 막힌 예방의학

비용 1억대에서 10만원대로 '뚝'

IBM 등 AI·빅데이터 내세워 두각

대중화 코앞…기술 접목 서둘러야





치료법을 찾던 ‘치료의학’ 시대에서 병을 피하는 ‘예방의학’ 시대로 넘어가면서 정확한 진단법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크게 늘었다. 실제로 인공지능(AI)과 딥러닝 기법을 이용한 영상진단법, 뇌파·행동 분석을 통한 질환 예측 진단법들이 속속 선보이면서 미래 의료에 대한 기대 또한 높다. 개인건강을 모니터링하는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발전하는 기술을 예방의학에 접목하기 위해선 우리나라의 높은 규제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20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가장 주목받은 진단법은 유전자 검사다. 고유한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바이러스 감염, 암·희귀질환 발병 여부 등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치료법은 2세 때부터 원인 불명의 극심한 장내 염증에 시달리며 100번 이상의 수술을 받았던 니콜라스 볼커가 ‘전장 유전체 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고 치료받은 후 관심이 높아졌다. 발병 초기부터 진단이 가능하고 환자 개개인의 특성까지 반영한다는 점이 강점이다. 할리우드 여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유방암 발병 가능성이 높은 유전자 변이를 발견한 후 예방적 유방 절제술을 받은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최근 비용이 대폭 낮아지면서 대중화의 길이 열렸다. 지난 2012년 췌장암에 걸린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항암제를 찾기 위해 10만 달러(약 1억2,000만원)를 유전자 검사 비용에 썼다. 지난 1월 미국 기업 일루미나는 약 100달러(약 12만원)로 한 사람의 모든 유전자를 해독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진단법도 눈길을 끈다. IBM은 AI 닥터 ‘왓슨’을 실제 의료현장에 투입했고 구글은 2014년부터 ‘유전자-질병-생활습관’ 사이의 상관관계를 확인하는 대규모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또 다채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의 활약도 눈부시다. 국내 벤처 루닛은 X레이, 자기공명영상(MRI) 등에서 얻어낸 의료 영상을 머신러닝(기계 학습)을 활용해 분석해 폐 질환과 유방암 등을 조기 진단하는 기법을 연구 중이다.

빅데이터와 AI를 이용한 진단법은 정밀한 분석, 대화방식·통화시간·신체의 움직임 등 비구조화된 데이터의 패턴을 통해 유용한 통찰을 얻는다.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진단법은 10년 내 대중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시계나 스마트폰 등으로 생체정보를 수집해 개인건강을 모니터링하는 기술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유전자 진단과 생체정보에 접목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기술적 장벽뿐만 아니라 규제의 장벽도 높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인정보를 활용한 진단과 건강 모니터링을 위해선 민감한 바이오센서나 광대역 통신기술이 개발돼야 하고 환자 개인의 의료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국내에서는 환자 정보와 관련한 규제의 벽이 높아 기업들의 연구개발 동력조차 꺾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질병 예방과 실시간 건강관리는 미래 의료 패러다임에 가장 적합한 기술”이라며 “시장 선점을 위해선 연구자들과 기업들이 맘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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