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의 자회사 고성조선해양이 매각을 다시 추진한다. 모회사인 STX조선해양의 적자확대로 매각작업이 멈춘 시점에서 고성조선해양 매각을 통해 자금의 숨통을 일부라도 터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황 악화 등으로 이번에도 매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청산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성조선해양 매각주관사인 삼일PwC는 다음달 16일까지 인수의향서(LOI)를 접수받는다. 이후 4월13일 본입찰이 예정돼 있다. 예상 거래금액은 1,000억원 미만으로 알려졌다. 삼일PwC는 이날부터 기업 소개가 담긴 티저레터를 국내 조선사와 사모펀드(PEF), 중국을 포함한 해외 조선사에 배포했다.
고성조선해양은 1985년 설립돼 2011년 STX조선해양에 인수돼 자회사로 편입됐다. 고성조선해양은 액체운반선(탱커)과 컨테이너선을 건조하고 대형 선박 블록을 제조하고 있다. 조선업계 불황과 모회사인 STX조선해양이 중국과 유럽에 추진했던 1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 실패 등으로 지난해 5월 회생 절차를 신청하며 자회사인 고성조선해양 역시 7월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서울지방법원은 애초에 STX조선해양의 회생계획안에 따라 STX프랑스와 고성조선해양 등을 패키지로 매각하려다 인수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별도의 매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STX조선해양과 고성조선해양의 매각은 한 차례 실패했고 STX프랑스만 이탈리아 대형 조선소인 핀칸티에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이달 중 본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고성조선해양 1차 매각 당시 예비입찰에는 중국계 조선소를 포함해 3개 업체가 들어왔지만 정작 본입찰에는 단 1개 업체만 참여하며 매각이 무산됐다. 이 업체마저도 자금조달 계획이 불투명했다. 남아 있는 STX해양조선은 올 상반기 중 매각 일정을 잡을 예정이지만 매각 금액이 조선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1조원이 넘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3·4분기까지의 누적 실적은 영업손실 2,277억원, 당기순손실은 1조3,943억원에 달한다.
IB 업계에서는 고성조선해양 매각이 다시 실패할 경우 어쩔 수 없이 청산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정관리 개시 당시 제출된 실사보고서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의 기업 존속가치는 1조2,604억원, 청산가치는 9,185억원이었다. 하지만 회생담보권 규모가 8,744억원, 회생채권 규모가 3조5,936억원에 달해 계속기업으로 유지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형편이다. 고성조선해양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회생담보권의 41%, 회생채권의 6%를 현금으로 변제해야 하지만 매 분기 적자가 누적되고 있고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성조선해양은 지난해 기준 청산가치보다 존속가치가 더 높은 것으로 나왔지만 현금 변제의 규모가 커 이번에도 매각이 실패할 경우 파산할 가능성도 크다”며 “선박건조에 활용하고 있는 플로팅도크(floating dock) 매각 추진도 어려워 임대로 전환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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