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대책만큼 중요한 대선 공약은 없다.”
한 일간지의 사설 제목이다. 나도 모르게 “무슨 특별한 대책이 있겠나”라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기적을 바랄 수도 있고 요행을 바랄 수도 있다. 특별한 대책이나 비상 대책을 요구하면 할수록 매번 인기에 영합하는 단기처방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뭔가 생색을 내듯이 시늉만 내는 정부가 한 번 정도 더 바뀌고 나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워질 수 있다. 우리의 현상을 직시하고 시장원리에 충실한 개혁 작업으로 체제의 유연성과 역동성을 회복하지 않으면 우리는 참으로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민중주의의 바람이 거센 민주사회는 역사적으로 비슷한 궤적을 걸어왔고 네 단계를 거친다.
1단계는 빈곤을 극복하는 과제가 모든 것에 우선하는 시기다. 개개인에게 가장 절실한 과제는 자신과 가족의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기 때문에 각자 앞가림하기 바쁘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도 없고 그런 청을 들어줄 사람도 없는 시기다.
2단계는 고성장기의 후유증이 서서히 드러나는 시기다.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후반기로 갈수록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뚜렷한 한 가지 특징이 드러나게 된다. 그것은 이익집단이나 압력집단이 급속히 성장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고성장기를 거치는 동안 상당한 양의 부가 축적돼 있기 때문에 재분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는 상황이 전개된다. 이때가 되면 사회구성원들도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하기보다 가능한 재분배 정책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다. 시대정신도 홀로서기보다는 나눠 먹기를 옹호하는 쪽으로 변화하게 된다.
3단계는 나눠 먹는 사회 혹은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각종 차별 입법이 성행하면서 경제주체들의 인센티브 구조가 심하게 왜곡되고 만다. 열심히 일해야 하거나 고용을 늘리거나 투자해야 하는 동기는 크게 줄어들게 된다. 이 같은 제도의 변질이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시기는 제3단계인 후반기이다. 이때 특별하게 주목해볼 만한 한 가지 특이한 현상은 국가 재정에 의지해서 사는 사람들의 절대 규모와 비중이 크게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이때쯤 되면 이익단체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차별입법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게 된다. 민중주의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크게 높아지게 된다. 우리 사회가 지금 3단계에 도달했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4단계는 국가 전체가 수입 창출 능력은 떨어지고 지출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결국 경제위기를 피할 수 없는 국면을 맞게 된다. 체제의 근본적인 개혁 없이 땜질하듯 시간을 흘려보낸다면 이다음에 벌어진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 수 있겠는가. 말로만 때우는 거짓 개혁이 아니라 정직한 개혁이 절실히 요청되는 때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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