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코스피 지수가 2,100포인트 근처까지 왔다. 사상 최고점이었던 2,228.96포인트(2011년5월2일)도 그리 멀어 보이지 않는다. 국내 증시는 수년간 지겨울 정도로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올해는 상황이 달라져 많은 증권사에서 코스피가 사상 최고점을 돌파할 수도 있다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어느 한 해 ‘지수 전망을 어둡게 한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의 분위기는 많이 변했다. 과거에는 연초 장미빛 전망을 내놓고 2·4분기, 3·4분기로 갈수록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곤 했다. 기업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얘기는 기업 이익의 절대적인 수치보다는 시장의 기대치에 기인한다. 즉 눈높이가 높았다가 실제는 낮은 성적을 받곤 하다가 낮아진 눈높이보다 높은 성적을 받는 경험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경기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여전히 침체 중인 내수, 정치적 혼란, 사드 배치 등에 관련 산업이 울상을 짓고 있다. 그럼에도 주식시장에서는 지난 4·4분기부터 연초까지 좋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답은 글로벌 거시 경제 흐름에 있다. 국내 시장은 여전히 소비회복이 더딘 상황이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소비는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글로벌 소비지표는 바닥권에서 2016년 4·4분기 이후 반등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반도체 경기도 좋아 IT업종들은 꾸준히 주목 받고 있다.
수출 기업들의 매출이 늘어나는 이유기도 하다. 단순히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 증가율이 전년대비 전체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금리가 조금씩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시작되면서 금융섹터도 충분히 수혜를 받고 있다.
두번째 이유는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다. 불경기로 인해 지난 몇 년 간 집행되지 않은 투자가 서서히 시장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유가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투자가 꿈틀거리는 중이다. 이에 과거 코스피 상승의 발목을 잡았던 철강, 건설, 조선업종들이 수혜를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미국의 트럼프 정책의 불확실성과 유럽의 불안 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변동성 지수인 VIX인덱스는 지난 12일 최근 1년간 최저점(10.85)을 기록했다. 2015년 치솟았던 하이일드채권의 스프레드와 이머징마켓의 환율변동성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시장의 우려가 낮아지면 투자자금 흐름이 양호해 진다. 주식이든 채권이든 전체적인 자산군들의 투자자금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수급이 좋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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