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 금융시장은 숨을 죽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행정명령’을 보면 덜컥 겁부터 난다. 다행히도 주요 신임 장관들의 견해는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덜 급진적이다. 그래도 불안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서명한 행정명령과 향후 이행할 공약들은 대부분 수출 주도 신흥국 주식시장에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이 대부분 신흥국에 부정적이지만 신흥국 자산시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이 있다. 바로 도드-프랭크 법안 폐지 공약이다.
2007년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대형은행들의 자기자본거래가 지목되면서 이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부각됐고 결국 볼커룰 입법이 추진되었다. 볼커룰은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했고 도드 상원의원이 프랭크안에 볼커룰 등을 추가한 금융안정 개선법(일명 ‘도드안’)을 입안했다.
그 이후 상하원 합동위원회에서 도드-프랭크안으로 통합해 볼커룰 등 일부 내용이 완화된 상태로 하원과 상원을 통과해 2010년 7월 발효됐다. 그리고 도드-프랭크 최종 법안은 3년간 회의를 거쳐 마침내 2014년 4월 1일에 선포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도드-프랭크 법안 폐지 공약은 미국 금융규제가 강화된 지 7년도 되지 않아 재차 규제 완화사이클로 진입한다는 의미가 된다. 최종 발효된 2014년 4월 이후로 보면 3년 만의 규제변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드-프랭크법의 시행으로 금융시장이 취약해지고 은행의 안정성과 수익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드-프랭크법이 전면 폐지되는 것은 쉽지 않다. 법 개정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소비자 보호 규정 등의 순기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금융선택법(Financial CHOICE ACT)이 대안이지만 이 또한 수정이 필수적이다. 결국 볼커룰 완화 정도로 결론이 날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규제에 묶여 있던 미국 은행들은 신용창출 기회를 엿보고 있다. 볼커룰 완화 기대가 높아질수록 ‘탐욕’이 금융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선진국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신흥국 주식시장으로 투자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 버블’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그러나 버블이 커지는 과정에서 자산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미국 금융규제완화의 나비효과가 한국 주식시장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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