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W병원과 영남대병원 의료진이 3일 국내 처음으로 손목 위 5㎝ 이하 부분을 통째로 이식하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2년 전 작업장에서 기계에 끼어 왼쪽 손목 아래 부분을 잃은 30대 남자에게 뇌사 판정을 받은 40대 공여자의 팔을 이식한 이 수술은 지난 2일 오후 4시부터 3일 오전 2시께까지 10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 수술에는 우상현 원장(집도의) 등 W병원 수부(手部)미세재건팀 10명과 영남대병원 성형외과 이준호 교수 등 25명의 의료진이 참여했다.
우 원장은 “팔을 이식받은 환자의 혈액순환이 양호하고 조직이 살았다. 엄지, 둘째, 셋째 손가락도 조금씩 움직인다”며 “신경회복, 면역 거부반응 여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의료진은 앞으로 일주일 정도 면역거부 반응을 지켜본 뒤 수술 성공 여부를 판단한다. 성공할 경우 환자는 컵에 물을 따르거나 가벼운 짐을 드는 등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이번 수술은 환자의 절단 부위가 뭉쳐져 있고 골수염 등이 심해 손목 위 5㎝ 부위까지 잘라낸 뒤 이식했다. 그런데도 힘줄 등을 제대로 연결하기가 쉽지 않아 수술시간이 일반적인 손목접합(4~5시간)보다 2배 이상 걸렸다.
팔 이식은 피부, 피하지방, 근육, 뼈, 연골, 골수, 신경 등을 함께 옮겨야 하기 때문에 1999년 미국과 프랑스에서 처음 시행한 뒤 세계에서 70여건만 이뤄졌을 정도로 고난도 수술이다. 뇌사자 등으로부터 팔을 기증받기도 쉽지 않다.
우 원장은 “1999년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시행된 팔 이식 수술에 참여한 뒤 귀국해 10년을 준비해 2010년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았지만 팔 기증자가 없어 이제야 첫 수술을 할 수 있었다”며 “장기이식법의 이식대상 장기에 팔이 포함돼 있지 않고 건강보험 적용도 제한적이어서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첫 수술이다 보니 건강보험 등록코드 조차 없어 수술 과정에서 투여된 주사제 등 수백만원에 달하는 치료비, 환자가 매일 투약해야 하는 면역억제제 비용도 큰 부담이다. 팔 이식 환자는 신장 등 장기이식 환자에 비해 면역억제제 사용량이 많지만 아직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된다. 건보 적용을 받는 신장이식 환자의 면역억제제 약값 부담은 월 10만원 정도인데 팔 이식 환자는 아직 건보 적용이 안 돼 월 100만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우 원장은 “팔은 콩팥처럼 혈액형만 맞으면 이식할 수 있지만 신체기증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W병원의 팔 이식 대기 환자만도 200명에 이른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보건복지부 지정 수지접합 전문병원인 W병원을 이끌고 있는 우 원장은 대한미세수술학회 회장, 대한수부외과학회 이사장도 맡고 있다.
한편 대구시와 사단법인 메디시티대구협의회는 지난해 팔 이식 수술을 대구를 대표하는 의료 신기술 1호로 지정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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