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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줄고 시내 면세점은 2년새 두배…총성 울린 '생존 게임'

[구조조정 우려 커지는 면세업계]

2015년 문을 연 서울 시내 한 면세점이 1일 오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44년 역사의 동화면세점이 경영난으로 매각 위기에 처하면서 면세업계 전체가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서울 시내면세점이 2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한 가운데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라는 돌발 변수까지 겹치면서 수익을 내기가 녹록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동화면세점을 시작으로 시장에서 퇴출되는 업체들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우려했던 면세점 업계의 ‘생존 게임’이 시작됐다는 얘기다.

동화면세점 매각설에 불안감

사드 돌발 변수에 관광객 뚝

제 살 깎아먹기 경쟁 불가피

신규면세점은 실적 마이너스



면세점 업계는 동화면세점 매각설에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3차로 면세점 4곳이 추가로 선정되면서 서울 지역에 위치한 시내 면세점이 2년 만에 6개에서 13개로 늘며 무한경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고객 확보는 더욱 어려워졌다. 사드 배치로 인해 한중관계가 냉랭해지면서 중국 정부가 한국행 항공기와 여객선을 돌연 취소하는 강수를 둔 결과 지난해 하반기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것이다. 실제로 법무부가 발표한 월별 중국인 방문자 수를 보면 8월 89만5,000여 명에서 10월 69만8,000여 명, 12월 54만8,000여 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번 춘제 기간(1월 27일~2월 2일)도 국내 여행사의 예약이 20~30% 줄어드는 등 중국인 관광객 감소 추세는 장기화할 조짐이다. 여행사에 수수료를 내고 단체 관광객을 ‘사오는’ 면세업계의 관행상 더 많은 수수료를 내고 다른 업체의 고객을 빼앗아 오는 제 살 깎아 먹기가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

업계는 동화면세점의 위기를 면세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본다. 영업 환경 악화로 신규면세점들이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 추가 탈락자가 나오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는 것이다. 면세사업 노하우가 없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일부 신규 면세점과 중소 면세점 등이 위기설에 오르내린다. 지난해 3·4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SM면세점은 영업이익률 -29%를 기록했으며 두타면세점은 공시를 하지 않았지만 상반기 매출 104억 원, 영업손실 160억 원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면세점도 개장 후 9월 말까지 4개월 10일여 동안 1,212억 원의 매출을 거뒀지만 372억 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냈고, 갤러리아면세점63은 영업이익률 -16%였다.

“콘텐츠 강화 기회” 자성 속



“정책 일관성 없인 발전 못해

특허 제도 손질 필요” 지적도



업계에서는 이번 위기를 기회로 면세 산업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면세점을 전전하는 단체 관광객을 통한 외형 불리기는 의미없다”며 “싼커(중국인 개별 관광객)가 스스로 찾아올 수 있도록 면세점 콘텐츠를 강화하고 일본이나 동남아 고객 유치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가 아무리 경쟁력을 높인다 한들 장기적인 비전과 일관성 없는 현재의 면세정책 아래서는 면세산업의 발전이 어렵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지금까지 정부의 면세정책은 ‘현실을 외면한 정책’, ‘갈지자 행보’라는 오명을 피하지 못했다. 대규모 투자와 노하우가 필요한 면세사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특허기간을 5년으로 제한해 업계를 혼란으로 몰아넣어 여론의 뭇매를 맞자 면세점 특허 갱신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겠다고 선회했지만 결국엔 무산됐다. 2015년 면세점 특허심사에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면세점을 탈락시킨 뒤 이듬해 4월 3차 면세점 특허 심사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다시 발표하는 일이 벌어져 원칙 없는 정책의 민낯을 드러냈다. 최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입찰만 해도 당초 12월로 예정됐으나 관세청과 인천공항공사가 사업자 선정 권한과 절차를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업체들은 손 놓고 입찰 공고만을 기다려야 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면세정책은 현 상황에 맞게 변화가 필요하다”며 “잘할 수 있는 업체를 선정했으면 이를 지원하고 힘을 실어주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사업 탈락 업체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특허 반납과 관련한 제도도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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