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차기 행장으로 내정되면서 연임에 성공하자 오는 3월 말로 임기가 끝나는 우리은행 부행장 등 임원과 계열사 대표들의 후속 인사에 관심이 급격히 쏠리고 있다. 임원 대부분 임기가 끝나는데다 민영화 성공 이후 첫 임원 인사인 만큼 대규모로 단행될 것이라는 게 은행 안팎의 관측이다. 특히 정부의 입김이 과거보다 줄어들 것을 감안하면 이번 인사를 통해 이 내정자의 복안이 여실히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그룹장을 포함해 부행장 11명 중 10명의 임기가 오는 3월31일 만료된다. 자회사 역시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 사장 임기가 3월 정기주총까지다. 이외에 우리에프아이에스·우리금융경영연구소 등 4곳 자회사 사장의 임기도 올해 12월30일까지여서 조기 교체 가능성도 솔솔 제기된다. 이 내정자가 임원과 자회사 대표 등을 대폭 교체해 민영화 이후 진용을 새롭게 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임원 인사는 과점주주 사외이사들의 동의 아래 이 내정자의 뜻이 전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이 내정자는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임원 인사의 경우 이번 설 때 잘 구상해서 조만간 인사의 가이드라인을 사외이사들에게 설명하고 협의한 후 전적으로 시행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은행 부행장 중 최정훈 리스크관리부행장만 금융감독원의 리스크담당임원(CRO) 규정에 따라 지난 2015년 12월4일 새로 선임되면서 임기가 2017년 12월3일까지다. 나머지 부행장의 임기는 지난해 말까지였으나 민영화와 차기 행장 인선을 고려해 3월31일로 임기가 일괄 연장된 상황이다. 우리은행 부행장은 통상 2년을 기본으로 하며 향후 평가에 따라 1년씩 연장되는 것이 관행이다.
우리은행 부행장 중 최장수인 남기명 국내그룹장(부행장)은 2013년 6월 선임됐다. 남 부행장은 폭넓은 업무 이해력으로 행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차기 행장 레이스에는 뛰어들지 않았다. 이 때문에 행장 경선 전부터 이 내정자가 연임될 경우 남 부행장이 러닝메이트로 우리금융그룹을 함께 이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2014년 12월 선임된 손태승 글로벌그룹장 역시 행장 후보로 오르내리기도 했으나 출사표를 던지지 않아 유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정원재 기업고객본부 부행장과 채우석 중소기업고객본부 부행장은 각각 2013년 9월, 2014년 3월 선임됐으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여신 관리 등 그동안 우리은행의 취약점으로 분류됐던 건전성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여서 유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밖에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이동빈(여신지원본부)·김홍희(부동산금융사업본부)·조재현(스마트금융사업본부)·김홍구(IB본부)·김재원(기관고객본부) 부행장 등은 재신임을 위한 평가를 받은 후 유임 여부가 결정된다.
부행장 11명에는 들지 않지만 부행장급 해외법인장도 해외 네트워크 전열 정비 차원에서 임기 여부와 상관없이 대폭 물갈이가 예상된다. 박태용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장의 임기는 2018년 9월, 김현수 우리아메리카은행 법인장은 3월 임기가 끝난다.
우리은행 자회사 7곳의 경우 유구현 우리카드 사장과 정기화 우리종금 사장, 유점승 우리펀드서비스 대표는 3월 정기주총까지 임기가 종료된다. 이들 외에 권기형 우리에프아이에스대표, 김주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사장, 김종원 우리신용정보 사장, 김옥정 우리프라이빗에퀴티자산운용 등은 임기는 12월까지지만 쇄신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임원 인사는 이 내정자가 민영화 이후 꾸리는 첫 진용인 만큼 은행 내부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면서 “이번 인사를 통해 이 내정자가 염두에 두고 있는 우리은행의 청사진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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