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소비침체로 유통업계 전반에 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 ‘소리없는 혁신’을 앞세운 기업들이 잇따라 매출 ‘1조 클럽’에 진입해 주목받고 있다. 경쟁사 견제와 후발주자들의 공세에 아랑곳 없이 발상의 전환과 파격적인 마케팅을 앞세워 위기를 타개했다는 점이 이들 기업의 공통점이다.
신세계푸드(031440)
품질·위생·생산성 올인
매출 2년새 64%나 급증
30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매출 1조690억원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1995년 신세계백화점에서 분사한 뒤 21년 만이다. 전년 9,064억원보다 17.9% 늘었고 2014년 6,521억원에 비교하면 2년 새 64% 급증했다.
신세계푸드는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면서 명실상부한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2013년부터 계열인 이마트에 공급한 자체브랜드(PB) ‘피코크’는 200여종에서 최근 1,000여종으로 늘며 연매출 1,000억원을 웃도는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독자브랜드(NB) ‘올반’까지 선보이며 CJ제일제당, 대상, 동원, 오뚜기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회사 관계자는 “가정간편식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 신세계푸드의 성장세를 이끌었다”며 “품질·위생·생산성을 3대 핵심 요소로 삼아 2023년 매출 5조원의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GC인삼공사
정관장 성공에 홍삼 다각화
17년만에 사상 최대 실적
KGC인삼공사도 지난해 매출 1조,1076억원을 달성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1조 클럽에 진입했다. 1999년 한국담배인삼공사 민영화에 따라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지 17년 만에 거둔 사상 최대 실적이다. 인삼공사는 2011년부터 줄곧 매출이 9,000억원대에서 정체된 터라 연매출 1조원은 침체된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인삼공사의 약진은 대표 브랜드인 ‘정관장’이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여성전용 홍삼 브랜드 ‘화애락’, 홍삼 화장품 브랜드 ‘동인비’, 건강음료 ‘굿베이스’ 등으로 사업다각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것이 주효했다. 정관장 ‘홍삼정 에브리타임’은 지난해 2030세대 비중이 전년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나며 전체 구매 고객의 30%가량을 차지했다. 고급 홍삼 화장품을 표방한 동인비와 자연 소재 건강음료를 강조한 굿베이스 역시 두자릿수 이상 성장하며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했다.
CJ올리브영
업계 첫 PB상품·미니 매장…
차별화 전략에 가파른 성장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헬스앤뷰티 스토어 올리브영도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1999년 브랜드 출시 후 17년 만에 거둔 결실이자 롭스(롯데), 왓슨스(GS), 분스(신세계) 등 후발주자의 공세를 물리치고 달성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올리브영은 출범 4년 만에 연매출 400억원을 돌파했고 2007년엔 업계 최초로 PB 상품을 내놓으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700여개 매장을 열었고 지난해에는 중국에 5호점까지 내며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해외 유명 화장품 브랜드와 독점 계약을 맺고 접근성을 높인 미니 매장까지 선보이며 차별화한 것이 독보적인 경쟁력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조 클럽에 새로 진입한 기업은 모기업의 울타리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과 변화를 기꺼이 선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며 “단기간의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본업이라는 한 우물을 우직하게 판 것이 이들 기업의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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