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푸드트럭 사업을 시작한 박정수(32)씨는 설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설을 맞아 부모님께 용돈을 드려야 할 것 같은데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4년째 이어진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최근 지인과 함께 푸드트럭 사업을 시작했지만 얼어붙은 경기 탓에 장사는 기대만큼 되지 않고 있다. 박씨는 “고향에 가지 않는 대신 차비를 보태 용돈을 부칠까 한다”고 말했다.
# 취업 1년 차인 경지혜(27)씨는 최근 친구를 만날 때마다 상담을 받는다. 직장에 다니며 맞은 첫 명절에 드릴 부모님 용돈의 적정한 ‘최하’ 수준을 알기 위해서다. 많지 않은 월급에 학자금 대출과 월세, 각종 생활비를 제하면 수중에 돈이 남지 않는다. 경씨는 “차비에 각종 선물, 여기에 용돈까지 더하면 솔직히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취직’과 ‘결혼’ 잔소리에 이어 부모님 용돈이 명절을 피하고 싶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취업에 성공한 사회초년생에게는 열악한 근로 환경과 학자금 대출 부담 등으로 부모님 명절 용돈이 적지 않은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실제 많은 직장인이 이번 설 연휴 동안 가장 큰 경제적 부담으로 부모님 용돈을 꼽았다. 30일 직장인 교육전문업체 휴넷에 따르면 최근 직장인 79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번 설 예상 지출에서 부모님·가족 용돈이 차지하는 비중이 65%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30 세대에게 부모님 명절 용돈은 더욱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9.8%를 기록한 최악의 청년실업률을 뚫고 일자리를 구해도 경제적 여력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온라인 취업포탈 잡코리아가 지난해 12월 기업신용평가기관인 한국기업데이터(KED) 기준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 직장인들의 연봉 수준을 분석한 결과 사회초년생에 해당하는 사원급의 평균 연봉은 2,750만원이었다. 월평균 200만원을 겨우 넘는 수준으로 월세 등 집세와 각종 생활비를 제하면 수중에 남는 것이 거의 업는 실정이다. 실제 한국노총이 지난 25일 발표한 ‘2017년 표준생계비’에 따르면 단신 가구 표준생계비는 215만8,385원, 2인 가구는 355만7,524원으로 나타났다. 2030 세대 대부분이 단신 가구 혹은 2인 가구라는 것을 고려하면 생활비도 빠듯하다. 박기혁씨는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라며 “이거라도 하는 게 어디냐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눈덩이로 불어나는 학자금대출 부담은 사회초년생들을 더욱 옥죄고 있다. 국세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국세통계를 보면 2010년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가 도입된 후 처음으로 지난해 총 체납액이 100억원을 돌파했다. 2012년 총 체납액이 15억8,400만원이엇던 것을 고려하면 불과 몇 년 새 6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갚지 못하고 있는 악성 채무로 분류되는 미정리채납도 2011년 4억3,200만원에서 지난해 말 65억5,900만원으로 15배 급증했다.
최경희씨는 “학자금대출 원금까지 생각하면 언제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갑갑하다”며 “생활비 등을 고려하면 솔직히 부담이 크지만 그래도 명절인데 부모님께 성의는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두형기자 mcdj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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