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 아직 많은 투자자들이 새해 투자 계획을 세우기 위해 고민 중이다. ‘인컴(배당, 채권이자와 같이 정기적인 수익)’을 바라는 투자자라면 ‘올해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 것이며 포트폴리오를 보호하기 위해 지금 무언가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가정 아래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가정은 현재 분위기에서는 조금 생소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을 높여줄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하이일드 채권과 같은 고수익·고위험 자산에는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시장이 흘러간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예를 들어 “미국 의회가 트럼프의 경제 정책에 제동을 건다면?” “미국 경제가 예상처럼 빠르게 성장하지 않는다면?”과 같은 의문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시장 변동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만기가 짧고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런 채권은 금리 인상이나 예상치 못한 시장의 변화에 상대적으로 적게 노출되기 때문에 시장의 하방 압력이 있을 때 선방하는 경향이 있다. 또 재무상태가 좋은 기업이 발행한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은 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투자 자금이 유출되는 환경에서 CCC등급의 ‘정크본드’보다 잘 버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시장이 좋을 때는 신용상태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다. 지난해 미국 하이일드 시장은 16% 이상 상승했고 특히 CCC등급 채권이 최상의 성과를 기록했다. CCC등급 채권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았던 투자자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운 전략이며 특히 신용 사이클의 후반부에 접어든 현재와 같을 때는 더욱 그렇다. 신규 정책이 경제성장을 촉진시킨다고 해도 향후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며 CCC등급 채권의 부도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
하이일드 채권 이외에도 시장에는 여러 기회가 존재한다. 투자자들이 글로벌 멀티섹터 접근을 택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투자 기회를 엿볼 수 있는 자산에는 신흥시장의 현지통화 채권이 있다. 하이일드 채권이 미국 대선 이후 반등 행진을 이어갔던 반면 신흥시장의 현지통화 채권은 미국 금리 인상과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에 대한 우려로 급격한 매도세를 겪었다. 이에 따라 최근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인 수준으로 내려와 있다.
또 다른 잠재적인 투자처로는 미국 주택담보대출채권이 있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양대 국책 주택담보금융사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서 발행한 신용위험이전증권(CRT)이 유망하다. CRT의 변동금리는 금리 상승 국면에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다. 전형적인 주택담보부채권(agency)과는 다르게 CRT는 신용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높은 수익률로 이를 상당 부분 보완해줄 수 있다.
투자 전략을 조정하는 작업은 연초뿐만 아니라 연중 어느 때라도 필요하다. 오늘날 투자자들이 처해 있는 불확실성을 감안한다면 당연한 선택이다. 어쨌든 2017년에도 투자자들은 고수익 자산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부문이나 지역에만 투자를 집중하는 것보다 전 세계 다양한 투자처에 선별적으로 분산투자하는 것이 적합한 전략이 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