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국경제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중국 무역·통상정책이 한국 경제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트럼프 정부가 강(强)달러 정책에 나서면 일본 엔화는 약세를 지속하게 되는 만큼 글로벌시장에서 일본 제품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7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한국총영사관에서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 동아시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라운드테이블 미팅을 열었다.
주제발표에 나선 스티븐 데이비스 시카고대 교수는 “미국 대통령의 권한으로 추진하고 집행할 수 있는 무역정책 수단들은 상당히 많은 편이어서 트럼프 행정부의 반중국 무역정책은 중국을 넘어 한국·일본·대만으로 확대돼 세계를 무역 전쟁 속으로 빠져들 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중상주의 무역정책이 글로벌 공급사슬을 망가뜨리고 생산비용과 물가를 높여 결국에는 미국 내 일자리와 임금을 높이려는 노력 자체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데이비스 교수는 “이 같은 무역정책이 교역관련 부문의 투자를 줄여 경제성장에 해가 된다는 점”이라며 “이는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에 정치적 그리고 정책상의 불확실성을 퍼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달러강세가 오히려 미국 무역수지 적자폭을 확대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베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확대와 미국 연준의 통화긴축이라는 두 정책의 조합은 달러 강세를 이끌게 되고 이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폭을 더욱 확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연준의 추정에 따르면 5%의 달러가치 상승은 3년 후 미국의 실질수출을 3%까지 줄이고 실질수입은 1.5% 가량 늘려 무역수지 적자를 심화시킬 뿐 아니라 미국의 실질GDP를 3년에 걸쳐 0.75% 감소시키는 효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경제정책의 유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낸 것이다.
마틴 아이헨바움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무역수지 개선에 실패한 트럼프 행정부가 직접적인 무역장벽을 세우기 시작하면 세계 경제는 ‘거대한 무역 전쟁(a Great Trade War)’에 빠져들게 되고 한국처럼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정명기자 vicsj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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