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검사는 불편하기로 유명하다. 2ℓ가 넘는 장 세척제를 검사 전날 몇 시간 간격으로 복용, 대장을 싹 비워내야 하고 검사 5일 전부터 미역이나 김 등의 음식 섭취는 자제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필요성은 절감하면서도 검사를 받는 데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인구 10만명당 대장암 환자 수는 지난 1999년 27명에서 2013년 47명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하지만 인분을 검사해 대장암에 걸렸는지 여부를 알려주는 기술이 2년 뒤 상용화될 예정이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안성환(사진) 지노믹트리 대표는 21일 기자와 만나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인분을 통한 대장암 키트의 3등급 품목허가를 신청해놓았다”며 “내후년에는 보다 간편한 대장암 진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0년에 창업한 바이오벤처 1세대인 지노믹트리의 핵심 제품은 대장암 환자에게 나타나는 DNA메틸화(methylateion) 현상을 포착하는 바이오마커인 ‘신테칸2 DNA 메틸화 테스트 키트’다.
이 키트는 자체 테스트 결과 민감도 90%, 특이도 89%의 성공률을 자랑한다. 민감도는 질병에 걸린 사람을 양성으로, 특이도는 건강한 사람을 정상으로 각각 판별하는 비율이다. 지노믹트리는 식약처 3등급 품목허가를 위한 추가 임상을 통해 보다 공신력 있는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안 대표는 “암에 걸리면 1인당 치료비가 최소 3,000만원 이상 들지만 용종 단계에서 조기 진단하면 30만원이면 된다”며 “다만 진단키트는 대장암 발병 여부를 테스트하는 기능만 갖고 있어 대장 내시경을 통한 추후 검진 및 치료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내년 말께는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신테칸2 DNA 메틸화 테스트 키트의 품목허가도 신청할 방침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바이오벤처 이그젝트사이언스의 인분 기반 대장암 진단키트가 상용화됐지만 자사 제품 경쟁력이 더 높다는 판단에서다. 안 대표는 “경쟁사 제품은 DNA메틸레이션과 돌연변이·혈변 등 세 가지 마커를 활용해 대장암을 검진하기 때문에 DNA메틸레이션만 활용하는 지노믹트리 제품 대비 진단 가격이 2배 이상 높다”며 “진단에 필요한 인분도 한 회 전체 대변량이 필요한 경쟁사 제품과 달리 지노믹트리 제품은 한 스푼이면 가능하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자체 임상 진행 방식과 글로벌 업체를 통한 기술수출 등 두 가지 방안을 놓고 저울질 중이다. 미국에서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수백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고 관련 기간도 1년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탓이다. 안 대표는 “이미 몇몇 업체와 기술 수출을 논의 중이며 자체 임상을 위한 준비도 병행하고 있다”며 “경쟁사가 미국의 인분 기반 대장암 진단키트 시장을 4조원 규모로 평가했는데 지노믹트리 제품이 상업화되면 관련 시장의 상당 부분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노믹트리는 향후 방광암과 폐암과 관련한 진단키트도 선보여 예방의학 분야를 선도하는 업체로 자리잡겠다는 계획이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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