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채시즌이 끝난 가운데 유례없는 취업절벽을 맞이한 대학가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주요 대학들이 정부 재정지원사업의 가장 중요한 지표인 취업률 하락을 막기 위해 각종 무리수 행정을 펼치면서 애꿎은 학생들만 봉으로 전락했다는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18일 서울경제신문이 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한양대 등 서울 주요 25개 대학의 취업률을 사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보다 소폭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학의 지난해 평균 취업률은 66.2%였지만 최근 집계를 마무리한 올해 취업률은 65.3%로 하락했다.
대학가에서는 실제 취업 현황은 통계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악화 중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의 모 대학 취업 담당자는 “그동안 주요 대기업 면접 전형에 합격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임시 면접 대비반을 운영했는데 수강생이 지난해 대비 3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며 “대학 집계 공식 취업률은 계약직, 파견직 등이 모두 포함된 수치인데 최근 들어 비정규직 입사자가 느는 추세라 정규직 입사 비율은 40% 내외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취업률이 하락 추세를 보이자 대학 재정지원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로 꼽히는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학에서는 각종 무리수 행정을 펼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대학에서는 ‘졸업 전 인턴십 수료’를 의무화해 졸업 예정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H대를 졸업 예정인 김모(24·여)씨는 “오랫동안 고시공부를 하다 올해부터 공기업 입사를 준비 중인데 졸업을 앞두고 입사에 별다른 도움이 안 되는 인턴십부터 부랴부랴 구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학교에서 소개해주는 중소기업 인턴십을 해야 하는데 월급도 80만원 수준이라 최저 임금도 못 받으며 방학 때 일하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취업 난으로 캠퍼스 내에 졸업 유예 생의 비율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학기 연장 등록금을 내야 하는 이들의 불만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148개 대학 중 107개 대학에서 졸업유예 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며 이들 중 70개교(65%)는 의무적으로 수업을 강제하는 방식으로 등록금을 받고 있다.
서울 소재 K대에 다니는 졸업유예생 김모군은 “수업을 듣지 않는데도 졸업을 유예하기 위해 학기당 60만원을 올해 냈다”며 “학교 입장에서 취업률 지표와 학사 관리 등에 부담은 되겠지만 졸업유예 생이 갈수록 증가하는 현실을 학교에서 배려해줄 필요가 있다”고 푸념했다.
대학 내 취업 준비반도 졸업 년도에 따라 학생 사이에 차별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모 여대 관계자는 “연말에 집계하는 취업률은 올해 2월과 지난해 8월 졸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올해 졸업 예정인 학생들은 취업 대비반 선발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재학생들의 반발이 크긴 하지만 취업률 지표 개선이 당장은 시급한 과제라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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