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기관이 효성그룹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현지 업체의 특허 일부를 침해했다며 관련 제품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예고했다. 갈수록 고조되는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효성은 금수조치가 현실화해도 해당 기술이 구형 제품에 적용돼 매출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현지 ATM 제조사인 디볼드닉스도르프가 효성의 ATM 자회사인 노틸러스효성을 상대로 낸 특허침해 소송에 대해 이 같은 예비판정을 내렸다. 세계 1위 ATM 제조사인 디볼드는 노틸러스효성이 자사 특허 6건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과 미국 내 수입금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지난해 10월 제기했다. ITC는 이 중 ATM 입금 모듈에 관한 특허 등 2건에 대해서만 효성의 일부 침해 사실을 인정했다. 업계는 ITC 최종 판정이 내년 3월께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내용이 미국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실제 발효되기까지는 한두 달이 더 걸린다.
북미 ATM 업계는 ITC의 예비판정을 두고 효성과 디볼드가 정반대 입장을 발표한 점에 주목했다. 효성은 “문제의 특허가 적용된 ATM은 현재 북미에서 거의 팔고 있지 않다”며 “예비판정이 바뀔 수도 있는 만큼 사실상 우리의 승리”라고 선언했다. 이에 디볼드는 “효성이 우리 특허를 우회하려면 불안정하고 금융사고 위험이 큰 기술을 쓸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종 판정 이후 ATM 고객인 금융기관의 움직임을 살펴봐야 정확한 승자가 가려질 것으로 전망했다.
효성은 ATM을 미래 주력사업의 하나로 적극 키우고 있다. 경북 구미와 중국 광둥성 후이저우에 생산공장을 갖추고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노틸러스효성은 현재 연평균 4,5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며 이의 절반 이상을 북미·유럽·아시아에 고르게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효성은 맞불을 놓기 위해 디볼드에 대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며 이 소송의 예비판정은 다음달 말께 나온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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