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의 당선 이후 전세계적으로 환 변동성이 높아졌다. 해외상품 투자자에게 환 변동성 확대 만큼 골치 아픈 상황도 없다. 일반투자자가 환율 예측에 섣불리 손을 대다가 자칫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투자대상 국가 통화의 상황에 따라 맞는 환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근 3개월 동안 환노출형 미국 펀드가 달러 강세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뒀다면 통화 약세를 보인 일본 펀드는 오히려 환헤지형의 성과가 더 좋았다. 환노출형, 환헤지형 펀드 중 어느 쪽을 택할지 고민될 때 힌트로 삼을 만한 대목이다. 증시전문가들은 현재는 달러 강세와 신흥국 통화 약세에 대해선 대체로 일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다만 달러화도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적절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최근 달러 강세로 수혜를 본 펀드는 환노출형 미국 펀드와 홍콩 H주 펀드다. 최근 3개월 간 달러 인덱스가 5.28% 오르는 등 달러 강세로 환노출형 펀드가 수혜를 본 것이다. 홍콩 H주 펀드의 강세는 홍콩 달러화가 미국 달러화에 고정환율제(페그)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는 환헤지형, 환노출형 펀드가 모두 출시돼 있는 펀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삼성미국대표주’의 환노출형은 최근 3개월 동안 6.23%의 수익률을 거둔 반면 환헤지형은 0.05%에 그쳤다. H주에 투자하는 ‘신한BNPP차이나인덱스’ 펀드도 환노출형 4.6%, 환헤지형 -1.6%의 수익률을 각각 기록해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미국 펀드, 홍콩 펀드 모두 환노출형이 환헤지형보다 평균 4%포인트 이상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통화 약세를 보인 일본 펀드는 반대로 환헤지형 펀드의 수익률이 더 높았다. ‘프랭클린재팬’ 펀드의 환노출형은 3개월 간 5.33% 올랐지만 환헤지형은 9.82%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미래에셋다이와 일본밸류중소형’, ‘삼성노무라일본’ 등의 여타 일본 펀드도 환헤지형의 수익률이 환노출형 대비 평균 6%씩 더 높았다.
신흥국 펀드의 환헤지는 다소 복잡하다. 신흥국 통화를 미국 달러로 환전한 후 해당 신흥국의 투자로 다시 환전해 투자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투자액을 전부 헤지했다간 비용이 지나치게 늘어나기 때문에 신흥국 펀드는 환헤지형이라 해도 원화와 달러화에 대해서만 헤지한다. 이 때문에 “환헤지형 신흥국 펀드는 달러화와 해당국 통화의 상대적인 가치에 노출되며, 최근처럼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환헤지형 펀드에서도 환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환노출형 펀드라면 원화 대비 해당 신흥국의 통화가 강세를 보일 때 환차익이 발생한다.
최근 중국 본토 펀드의 수익률도 이에 따라 갈렸다. 환헤지형은 위안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면서 환손실이 발생했지만 환노출형 펀드는 원화 대비 위안화가 강세를 기록해 환차익을 거뒀다. 예를 들어 이스프스프링자산운용의 ‘이스트스프링차이나드래곤AShare’ 펀드는 환헤지펀드의 3개월 수익률이 1.13%에 그쳤지만 환노출형은 5.87%에 달했다.
여타 신흥국 펀드도 환노출형이 강세였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 펀드는 환노출형이 -0.93%, 환헤지형이 -6.07%의 수익률을 보였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트러스톤아시아장기성장주’도 환노출형 -0.15%, 환헤지형 -5.15%로 헤지하지 않은 쪽이 더 나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가 완만한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나 홍콩 H주 펀드는 환노출형을 택하면 더 좋은 수익률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문제는 원자재 가격, 각국 정치 상황 등에 따라 환율 변동이 심한 신흥국들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펀드 수익률은 결국 환보다는 투자 자산의 가치 등락에 달려있다”고 조언한다. 장기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또 환율 변동에 신경 쓸 여력이나 투자 지식이 없다면 환헤지형 펀드 가입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이야기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