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한 지 1년도 안 돼 벤처캐피털(VC)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바이오 기업이 있다. ABL바이오가 그 주인공이다. 업계에서는 신생 벤처가 아닌 한화케미칼의 신약개발 역량을 오롯이 보유한 중견급 바이오 벤처로 분류하고 있다. ABL바이오도 “신생업체 아닌 신생업체로 기술력만큼은 글로벌 제약사의 턱밑까지 다다랐다”는 입장이다.
업계의 기대감은 투자유치액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투자파트너스와 DCS인베스트먼트는 올해 총 90억원을 ABL바이오에 투자했다. 내년 2월까지는 VC 외에 국내 대형 제약사까지 끼어들며 추가 투자액이 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이오벤처 중 역대 최고 수준의 자금 동원력이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 본사에서 만난 이상훈(사진) ABL바이오 대표는 “조만간 신약개발 역량이 글로벌 제약사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현재 인력은 24명으로 절반 이상이 박사급 인력이다. 이 가운데 이 대표를 비롯해 19명이 한화케미칼 출신이다. 한화케미칼의 신약개발 역량이 그대로 옮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핵심 기술은 바로 이중항체(Bi-specific antibody)와 항체약물접합기술(ADC)이다. 이중항체는 하나의 항체가 두 가지 타깃 질환을 치료하는 기전을 갖고 있으며 난치성 질환 치료에 효과적이다. 이중항체 기술이 접목된 대표 신약 파이프라인인 ‘ABL001’의 경우 항암신약사업단과 1상 공동개발을 진행 중이다.
또 항체라는 단백질에 기존 약물을 결합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ADC의 경우 프랑스와 중국 제약사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국내 바이오벤처인 레고켐바이오와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ADC는 항체·약물·연결물질 등 세 가지 원천기술이 필요한데 항체는 ABL바이오가, 연결물질은 레고켐바이오가 원천기술을 가진 만큼 추가 약물 확보를 통해 상업화에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다.
연구기관과의 협업을 통한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에도 적극적이다. 미국의 스탠퍼드대가 ABL바이오의 기술자문 역할을 하고 있으며 UC샌디에이고, 캐나다 국가연구위원회(NRC) 등과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포항공대·서울대·연세대 등과 협업을 하고 있다.
이처럼 빠른 시장 안착에는 이 대표 개인의 역량도 크게 작용했다. 그는 노바티스·제넨텍·아스트라제네카·엑셀레시스 등 글로벌 제약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지난 2009년에는 유진산 박사와 함께 파멥신을 공동 창업하기도 했다. 그 이후 2013년 말에는 한화케미칼로 자리를 옮겨 바이오 사업 부문을 총괄하는 등 국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에서 배운 신약개발 노하우와 시장의 흐름을 읽는 법 등이 사업 초기에 도움이 됐다”며 “무엇보다 파멥신을 공동 창업한 경험이 없었다면 시행착오가 많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내후년께에는 ABL 바이오의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ABL바이오가 개발 중인 대부분 신약 파이프라인은 전임상을 마치고 라이선스 아웃하는 것이 목표인데 일부는 임상 1상 이상을 자체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물질을 개발 중이며 시장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판교=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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