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강원도와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증액 예산이 요청한 금액 1,200억원의 18%에 불과한 216억원으로 결정돼 심각한 예산 부족으로 대회 준비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강원도 관계자는 “216억원은 강원도가 올림픽 붐 조성 홍보비로 계획했던 220억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라며 아쉬워했다. 평창과 강릉·정선을 잇는 올림픽 문화거리 조성 사업은 전면 백지화하거나 대폭 축소해야 할 판이다. 이 사업 하나의 예상 비용만 해도 450억원으로 국회가 승인한 216억원의 예산으로는 실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강원도는 1,200억원이 배정될 경우 개최지역 경관 개선과 올림픽 붐 조성, 올림픽 상징물 건립, 올림픽 기간 문화올림픽, D-100 페스티벌, 올림픽 관광 인프라 구축의 6개 사업항목으로 나눠 스퍼트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최순실 여파로 평창 올림픽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정부의 전체 예산 가운데 ‘비선 실세’ 최순실과 그의 측근들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업의 예산인 약 1,700억원이 삭감되는 칼바람 속에 평창 올림픽에도 불똥이 튄 것이라는 분석이다. 도 관계자는 “요청분의 최소 절반 정도는 확보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크게 아쉬운 수치다. 올림픽은 국가적 대사인데 아직도 ‘강원도 올림픽’이라는 인식이 큰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앞서 최순실은 스위스의 누슬리사를 앞세워 개·폐막식 공사와 경기장 임시구조물 공사의 사업권을 따내려다가 미수에 그쳤다. 최씨 일가의 개입을 막아서던 조양호 조직위원장은 갑자기 옷을 벗었고 최씨 조카 장시호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세워 억대 예산을 따냈다. 문체부는 최씨 일가가 손을 댄 비정상적인 사업이 실제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는지 현재 전담팀을 꾸려 살피고 있다.
강원도와 올림픽조직위원회 등에서는 평창의 성공을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2018년 2월9일로 예정된 평창 올림픽 개막은 6일 기준으로 430일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내년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서라도 올림픽 준비를 위한 막바지 재원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올림픽 개막에 앞서 한국의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올림픽 유치 후 평창 일대를 다녀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 등 외국인들은 “주변에 볼 것이 없다”는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평창’을 ‘평양’으로 잘못 알고 있는 외국인이 여전히 상당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직위 관계자는 “12개 경기장의 평균 공정률이 90%에 육박하고 있고 인천공항과 평창을 98분 만에 잇는 고속철 개통이 1년 앞으로 다가오는 등 ‘하드웨어’는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경기장 주변 시설과 볼거리 등 ‘소프트웨어’는 미비한 상황”이라며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강원도와 평창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디테일한 실행계획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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