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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1.5m 퍼트? 셰플러는 49개 중 48개 넣었다

디 오픈 싱거운 승부 만든 ‘미친 퍼트’ 화제

“손 대신 큰 근육 쓰는 쪽으로 변화 적중”

간결하고 일정한 훈련으로 말렛형에 적응

3~4.5m 성공률 25%서 36%로 극적 개선

22일(한국 시간) 넷플릭스 영화 ‘해피 길모어 2’의 뉴욕 시사회 행사에 참석한 스코티 셰플러 부부. UPI연합뉴스




제153회 디 오픈 승부를 싱겁게 만든 건 스코티 셰플러(미국)의 퍼트였다. 4라운드 한때 2위와 7타 차까지 달아났다가 4타 차로 메이저 대회 네 번째 우승을 완성했다.

이번 대회에서 셰플러는 그린에서만 8.52타의 이득을 봤다. 나흘 간 5피트(1.5m 남짓) 안쪽 퍼트를 49번 했는데 48번을 넣었다. 97.9%의 확률이다.

과거 퍼트가 약점이던 셰플러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인간미 없는 피니셔가 됐다. 퍼트 전문가인 김규태 프로에게 셰플러의 퍼트 비결을 물었다. 김 프로는 2년 간 미국에 머무르며 유명 퍼트 코치인 스티븐 스위니를 사사했고 2021년부터 국내에서 퍼트 전문 코치로 일하고 있다. 올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네시스 포인트·상금·평균타수 부문 1위를 달리는 옥태훈이 김 프로한테 퍼트를 배운다. KPGA 투어의 김비오, 이정환, 백석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노승희, 유현조, 김수지, 임희정 등도 김 프로와 함께하고 있다.



퍼팅 발리스틱스의 김규태 프로. 조태형 기자




"한국에 들어온 이후로도 매년 겨울쯤 미국에 연수를 갔다. 그 기간 셰플러 퍼팅을 주의 깊게 보곤 했다.
2024시즌을 앞둔 시점이었을 거다. 셰플러는 필 케니언이라는 유명 퍼팅 코치와 일을 시작했다. 그전까지 셰플러는 퍼팅에 대해 엄청 고민을 하던 선수였다. 대회마다 퍼터를 바꿀 정도로. 퍼터는 바꿔도 타입은 블레이드형을 유지했었는데 케니언 코치와 일하면서 말렛형으로 바꾸더라. 넥은 원래 쓰던 퍼터의 넥과 똑같은 L자형이다.
블레이드 퍼터를 쓰던 때는 손으로 약간 감각적인 퍼팅을 하는 스타일이었다. 데이터상으로도 그렇고 공부를 해봐도 그렇고 손에 감이 특화돼있는 선수가 쓰기엔 블레이드형이 적합하다.
케니언 코치랑 일하면서 손이 아니라 큰 근육을 이용하는 쪽으로 전체적인 변화를 꾀하는 게 보였다. 셋업은 종전보다 훨씬 더 숙이고 그립도 오른손을 많이 못 쓰도록 하는 집게 그립으로 바꿨다. 다 큰 근육을 잘 쓰기 위한 변화다. 그렇게 퍼팅을 하려면 블레이드보다는 말렛형이 어울린다. 셰플러에겐 일종의 도전이었을 거란 생각이다.
결과적으로 일관성이 더 생겼다. 일관성이 생기니 공이 굴러가는 스타트 방향이 좋아지고 롤도 일정해졌다. 휘는 양, 그러니까 경사를 타는 정도도 일정해진 것이다. 그런 좋아진 데이터들이 쌓이면서 지금 이 만큼의 높은 성공률을 갖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우승을 하기는 해도 퍼팅에 있어선 기복이 있는 선수였는데 그 기복을 눈에 띄게 줄이니 이제는 우승 확률이 무서운 수준까지 올라왔다. 트레이닝했던 것들이 그대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케니언 코치는 그린 위에서 셰플러에게 매일 다양한 미션을 줬다. 홀 주변을 시계방향으로 동서남북으로 세팅해 놓고 공을 굴리는 미션 등이다. 혼자서 하면 어떤 날은 하고 또 어떤 날은 쉬게 될 텐데 코치가 옆에 있으니 보다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훈련이 간결해지고 일정해졌다. 이런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좋은 퍼팅이라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됐다고 본다. 지금 폼으로 봐선 셰플러의 퍼팅 감은 꽤 오래갈 거라고 생각한다.
퍼팅도 퍼팅이지만 셰플러는 핀까지 100야드 정도의 웨지 샷으로 찬스를 만드는 확률이 너무 좋다. 핀 10피트(약 3m)에 떨어뜨렸을 때 톱 선수는 2개 중 하나는 무조건 넣는다고 보면 된다. 샷이 좋으니 18홀에 그런 찬스를 8개쯤 잡으면 그중 최소 4개는 버디로 연결한다는 얘기다. 파5 4개 홀은 전부 100야드 안쪽에서 공략할 거고 미들 홀 10개 중 다섯 홀쯤은 쇼트 아이언을 칠 텐데 그러면 벌써 찬스가 9개다. 그중 최소 50%를 넣는다는 계산이니 남들보다 60대 스코어를 내기 위한 조건이 월등해지는 거다."


디 오픈 3라운드 7번 홀 퍼트를 하는 스코티 셰플러. AP연합뉴스


셰플러는 지난해 3월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부터 스파이더 투어X L자 넥 모델로 퍼터를 바꾼 이후 계속 같은 모델을 쓰고 있다. 35.5인치에 라이각 72도, 로프트 3도짜리다.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7승을 쓸어 담아 골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즌 중 하나를 장식했는데 올해 또 16개 대회에서 4승으로 멈출 줄을 모른다.

퍼트로 한창 어려움을 겪던 때에 셰플러는 임신한 아내가 잠들기만 기다렸다가 조용히 퍼팅 매트를 꺼내 연구하곤 했다. 10~15피트(3~4.5m) 미드 퍼트 성공률이 2022~2023시즌 25.69%로 전체 174위였는데 드라마틱하게 좋아졌다. 지난해 34.46%로 올라왔고 올해 36.62%로 더 좋아졌다.

셰플러는 두 대회를 쉬고 8월 7일 시작되는 플레이오프 첫 경기 페덱스 세인트주드 챔피언십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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