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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은행선 안 통한 '최순실 갑질'

외국환거래 대리인 신고하려다

"본인이 와라" 신입직원이 퇴짜

'원칙'에 밀려 崔 직접 절차밟아

청와대와 정부를 휘저어 놓은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씨의 안하무인 격 행동이 적어도 한국은행에서는 안 통했다. 한은의 ‘고지식한’ 업무 스타일 때문인데 요즘 시국이 시국인 만큼 한은 내부에서는 이처럼 원칙을 제대로 지킨 일조차 철저히 입단속을 시키는 분위기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해 12월 강원도 평창 일대 땅을 담보로 돈을 빌려 독일에서 호텔과 주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한국은행에 외국환거래 신고절차를 밟기 위해 대리인을 보냈다가 5급 신입직원으로부터 단번에 퇴짜를 맞았다. 외국환거래 규정에 따르면 한은에 외화거래를 신고할 경우 반드시 본인이 방문 신고해야 하며 외국에 거주할 경우에만 대리인을 보낼 수 있다.

평창 땅은 모녀의 공동명의로 돼 있었다. 정유라씨는 독일에 거주 중이어서 대리인을 보낼 수 있지만 한국에 있는 최씨는 반드시 본인이 참석해야만 했던 것이다. 최씨는 대리인만으로 일을 처리하겠다고 고집했지만 한은의 완고한 원칙주의에 밀려 결국에는 직접 서울 소공동 한은 본관을 방문해 해당 절차를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딸 정씨의 학교를 방문해 “너 같은 건 바꿔버릴 수 있다”고 소리치던 최씨지만 돈 문제가 걸려 있던 만큼 아무래도 막무가내 식 행동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최씨의 방문을 기억했던 한은 직원들은 그의 얼굴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자 “그때 그 사람!” 하고 무릎을 치며 떠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최씨는 KEB하나은행에서 강원도 평창 일대 땅 23만㎡를 담보로 제공하고 외화지급보증서를 발급받은 뒤 하나은행 독일법인에서 25만유로(한화 약 3억2,000만원)를 대출했다. 외화지급보증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한은에 신고하고 보증계약신고필증을 받아야 한다. 보증계약신고필증은 신고서와 관련 증빙서류를 지참해 한은 본점 외환심사팀이나 지역본부를 방문해야 한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관련 양식에 맞춰 제대로 신고서를 제출하면 보증계약신고필증은 발행되는 게 원칙”이라고 확인하면서도 “관련법에 따라 최씨 신고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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