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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등에 조선·정유 반색] 조선, 해양플랜트 발주 재개 기대…정유, 정제마진 개선돼 실적 도움

지갑 닫았던 오일 메이저

대형 프로젝트 발주 꿈틀

정유도 재고평가액 증가

16-저유가로 차질 빚는 해양 프로젝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산유량 감산(減産) 합의에 성공하자 수주 가뭄으로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는 반색했다. 조선업계는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로부터 조(兆) 단위의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를 수주해 놓고도 저유가 탓에 인도를 거부당하는 등 골머리를 앓아왔다. 하지만 OPEC의 감산 합의가 국제 유가를 일정 부분 끌어올릴 것으로 관측되면서 해양플랜트 발주가 서서히 꿈틀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013년 4월 세계적인 오일 메이저 업체인 셰브론으로부터 총 19억달러 규모의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를 수주했다. 영국 북해 지역에 있는 로즈뱅크 해상유전에 오는 2017년 투입할 목적으로 발주된 설비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지난달 말 인도될 예정이던 이 프로젝트는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인도는커녕 본격적인 공정은 시작도 못한 채 설계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발주처의 최종투자결정(FID) 지연으로 인도가 연기됐다고 밝혔다.

저유가 지속으로 원유 생산의 채산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오일 메이저들이 셰브론처럼 인도를 미루거나 투자 승인을 보류하는 사례는 수두룩하다. 하지만 OPEC의 이번 감산 합의로 이러한 해양 프로젝트 사업이 서서히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감산 합의와 함께 저유가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오일 메이저들이 강도 높은 비용 효율화 작업을 추진한 것도 이런 기대를 키우고 있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일 메이저들의 해양자원 개발 비용이 2013년보다 30%가량 하락했다”면서 “석유개발(E&P) 업체들의 손익분기점(BEP) 수준도 20%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해양플랜트 사업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는 돼야 한다는 게 정설이었지만 당장 OPEC 감산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 유가는 배럴당 50달러 수준까지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60달러에 근접한 수준까지는 오를 여력이 있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한동안 지속되고 있는 저유가 영향으로 인도가 연기되거나 공정이 지연됐던 해양 프로젝트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계약이 취소됐던 일부 프로젝트에 대한 재계약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1조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 문제가 달린 ‘소난골 프로젝트’ 인도 지연으로 유동성 우려가 가시지 않는 대우조선해양으로서도 감산 합의는 호재다.

정유업계 역시 유가를 끌어올리는 감산 합의는 긍정적이다. 유가가 오르면 미리 사놓은 원유의 재고평가이익이 상승해 단기적으로 영업이익이 오르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도 원료 상승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 정제 마진과 스프레드를 유지하면 점진적인 실적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으로 일시적으로 정제 마진이 하락할 우려는 있지만 석유 제품 가격도 덩달아 오르기 때문에 정제 마진은 다시 견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경기 침제 지속과 미국 차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의 석유 생산량 확대는 유가의 지속적인 상승을 제한하는 요소로 꼽힌다.

/한재영·이종혁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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