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유력 대선주자들이 2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표결이 불발된 것을 두고 강하게 반발했다. 새누리당이 대통령의 4월 퇴진, 6월 대선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대통령의 답변을 들은 뒤 탄핵을 하자고 주장하고 이를 국민의당이 받아들인 것을 사실상의 탄핵 무산 시도로 규정하고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이라며 “퇴진 일정은 결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탄핵을 거부하는 새누리당의 태도는 촛불민심에 대한 배신”이라며 “역사와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저는 탄핵을 무산시키려는 어떤 시도에도 단호히 맞서겠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비박계와 공조 전략을 펼친 국민의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탄핵발의 무산 지연 관련 이재명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 뜻은 조건 없는 조기 퇴진”이라며 “대의와 민심을 거역하는 정치세력은 민심 쓰나미로 심판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과 손발을 맞추며 탄핵 저지, 시간 벌기에 동조하고 있음을 당론으로 보여줬다”며 “야 3당은 재협상을 통해 2일 표결할 수 있게 탄핵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탄핵 일정 절차를 합의하지 못한 정치권에 책임의 화살을 돌렸다. 박 시장은 SNS에서 “여의도 정치권을 바라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불안하고 분노하고 있다”며 “새누리당 비박 그룹은 눈치를 보고 있고 야당은 분열에 빠져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즉각 탄핵을 결의해야 한다”며 “부결시킨 정치인과 그 당은 그 누구라도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을 떠난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SNS에서 “새누리당이 당론 채택한 ‘4월 퇴진’은 옳지도 않고 믿을 수도 없다”며 “여야가 정치적 퇴로를 모색하려면 탄핵을 통과시킨 후에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2일 탄핵 불가론을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당 지도부의 결정에 반발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를 설득해 2일 날 표결하도록 해보겠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비박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의원총회를 통해 2일 탄핵 불가론을 고수하면서 안 전 대표는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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