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원화가치가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고 공개 지적했다. IMF는 미국의 입김이 많이 작용하는 곳으로, 도널드 트럼프 신행정부의 한국 환율 정책 압박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IMF는 서울 롯데호텔에서 ‘2017년 아시아 및 세계 경제전망’ 컨퍼런스를 공동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민석 IMF 아시아·태평양국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영국의 경상수지 적자 확대와 독일·네덜란드·일본·한국 등의 흑자가 불어나면서 글로벌 불균형이 더욱 커졌다”며 “특히 독일, 한국, 싱가포르는 수년에 걸쳐 펀더멘털에 비해 통화가치가 상당히 낮게 평가돼 있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외환보유액과 국내총생산(GDP)의 8%에 이르는 경상흑자 등 탄탄한 외환건전성에 비해 원화 가치가 낮고 이는 수출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학계에서는 한국 경제상황을 반영한 적정 원·달러 환율을 달러당 1,000원 이하로 보고 있다. 2014년 연평균 환율은 1,053원, 지난해는 1,132원이었고 최근에는 1,100원대 후반을 기록 중이다.
KIEP도 비슷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행사에서 김준동 KIEP 부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앞으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통상마찰을 심화시키고 경상흑자국에 대한 환율 조정 압력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대규모 경상흑자를 기록하는 우리 경제에도 커다란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성배 KIEP 국제거시팀장도 내년 한국경제 주요 리스크로 미국과의 통상 및 환율 갈등, 미·중간 통상 및 환율 갈등에 따른 영향 등을 꼽았다.
한편 이날 IMF는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7%, 3.0%로 제시하며 기존 수치를 유지했다. 다만 아시아 지역이 중장기 성장을 위해서는 급속한 고령화와 생산성 하락, 무역감소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통화정책은 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을 함께 하는 정책조합(policy mix)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IEP는 한국경제의 주요 대외 리스크로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의 원리금 부담 증가와 소비침체, 신흥국 회복세 약화와 수출 회복 지연, 유럽에서의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을 제시했다. 올해와 내년 세계경제성장률은 각각 2.9%와 3.4%로 제시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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