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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경 CJ부회장
영화·방송 등 파워 1인… 에너지 넘치고 인맥 다양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부임이후 매출 6배 껑충… 맏딸다운 경영능력 입증
● 정유경 신세계百 총괄사장
초대형 복합쇼핑몰 개관… 명품 브랜드 도입 등 주도
●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 사장
통큰 투자로 패션명가 재건… 글로벌 기업 도약 적임자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맏딸 정유경 부사장이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등 삼성가 딸 4명 모두 그룹 요직의 수장을 꿰차며 재계에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앞세운 여풍이 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각각 자신의 분야에서 발휘해온 여성 특유의 섬세함, 남다른 안목, 폭넓은 리더십, 승부사적 기질 등을 앞세워 선의의 진검승부를 벌이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가 여성 4인방은 맏언니 이미경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의 주도로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업계 현황과 정보를 공유하며 집안 대소사를 두루 챙기는 등 평소 돈독한 우애를 자랑하는 것으로 안다"며 "그러면서도 경영 일선에서는 자존심을 건 불꽃 튀는 경쟁을 펼친다"고 전했다.
우선 이병철 삼성그룹 창립자의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장녀 이미경(57) 부회장은 영화·방송 등 국내 엔터테인먼트계 파워 1인으로 꼽힌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미래와 방향, 해외시장 진출 등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애정은 CJ가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모험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는 배경이다. 동생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보좌하며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은 지난 20년간 국내외 엔터테인먼트계에서 큰손으로 입지를 굳혀왔다. 1995년 삼성전자를 제치고 드림웍스 투자 협상을 성사시킨 주역이 이 부회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쥐락펴락하는 'CJ문화왕국'의 여왕임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몸이 불편해 공식 행사에 참여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그를 지켜본 사람들은 에너지가 넘치며 친한 친척 누나 같은 인간적인 면모를 지녔고 인맥이 다양할 뿐 아니라 자기 사람들을 끔찍이 챙긴다고 전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 이부진(45) 사장은 맏딸답게 온화하고 예의 바르며 다정다감한 성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가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심이 깊고 누구를 만나든 항상 자신을 낮추는 모습이 엿보인다. 아들과 함께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장난감을 고르는 등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대중에게 알려져 있을 정도로 친근한 편이다. 이 같은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경영적인 측면에서는 '리틀 이건희'로 불릴 만큼 집요한 승부근성을 자랑한다. 삼성그룹에서 호텔신라의 비중이 워낙 작다 보니 이 사장이 오기 전에는 면세사업에 적극 투자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가 호텔신라에 합류한 2001년 이후 매출은 지난해 2조9,000억원으로 6배 이상 뛰었고 주가는 6,700원에서 10만원선을 넘나드는 수준으로 급등했다. 올해 서울 신규 시내면세 사업권 경쟁에서는 라이벌 현대가와 전격 합작, '독과점 논란'을 불식시키고 사업권을 쟁취하는 등 탁월한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그동안 외사촌인 다른 삼성가 딸들에 비해 그다지 두드러지는 행보를 보이진 않았던 정유경(43) 사장은 사장 승진과 함께 재계의 차세대 여성 핵심 리더로 급부상했다. 정 사장은 어머니와 오빠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책임경영 첫해부터 거센 시험대에 오른다. 당장 내년 2월 백화점 강남점 5개층 증축을 시작으로 4월 서울 시내면세점 개관, 상반기 백화점 김해점 오픈을 거쳐 하반기 신세계의 새로운 '얼굴'이 될 초대형 복합쇼핑몰을 하남과 동대구에서 각각 여는 등 신세계의 새 중흥기를 주도하게 된다.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적 식견과 카리스마를 갖춘 '프로패셔널'이자 사람을 품는 포용력과 애정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외사촌 동생인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의 서울예고 1년 선배로 이화여대를 거쳐 미국 로드아일랜드디자인학교를 나왔다. 그간 10여개 이상의 명품 패션 브랜드 도입, 본관 식품관 단장, 부산 센텀시티 개관 주관, 와인 대중화 선도 등 본인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면서 탁월한 디자인 감각과 혁신으로 '트렌디 신세계'를 주도해왔다.
이서현(42) 사장은 패션 명가 재건의 책무를 안고 위기에 빠진 삼성패션을 구할 적임자로 등판했다. 2002년부터 삼성그룹 패션사업을 이끌어왔지만 단독으로 사업을 총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현업에서 경영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사다. 전문경영인이 추진할 수 없었던 과감한 투자를 통해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를 겪고 있는 '삼성패션'을 재건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남다른 패션감각을 자랑해 파격적인 패션으로 시선을 끌기도 하지만 실제는 부드럽고 차분한 성격에 여성스러운 면이 많다는 평가다. 1남 3녀를 둔 보기 드문 '다자녀' 어머니로 바쁜 일정에도 초등학생 딸의 학교를 찾아 다른 엄마들과 환경미화 활동을 하는 등 각종 학교 행사도 직접 챙길 만큼 가정적이다. 평소 직원들과 격의 없이 지내며 여성 특유의 친근한 '스킨십' 경영으로 직원들 사이에서도 신망이 높다. 삼성 관계자는 "생일을 맞은 임원에게 직접 선물을 챙겨 보낼 정도로 다정다감하다"고 전했다. /심희정·김희원기자 yvett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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