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속화됐던 유럽의 통합 추세가 브렉시트를 통해 ‘역사적인 필연’은 아니라는 점이 명확해졌다. 통합을 늦추는 방해물 정도로 인식됐던 경제위기가 이제는 프로젝트 자체를 와해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운명이 걸려 있다: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은 EU와 무역협상을 다시 벌여야 한다. 그러나 유로화를 사용하는 국가가 유럽연합을 탈퇴할 경우, 세계 경제는 정말 심각한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EU 지도자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는 세 가지 투표 시나리오를 살펴보자.
오스트리아의 탈퇴 (AUXIT)
브렉시트 이후 EU가 겪게 될 첫번째 난관이 코 앞에 다가와 있다. 오스트리아는 10월 2일 반 이민주의 자유당 노르베르트 호퍼 Nobert Hofer와 전 녹색당 소속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Alexander Van der Bellen 간 대통령 선거 재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오스트리아 국민은 800만 명, GDP는 독일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오스트리아가 당장 EU의 몰락을 가져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기득권층의 각성과 이민 위기를 다루는 과정에서 발생한 대중의 분노가 유럽 연합의 와해를 불러올 수 있는 ‘불안의 축소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탈퇴 (QUITALY)
이탈리아는 11월 말 선거 제도개혁을 위한 국민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물론 EU 탈퇴 투표는 아니다. 그러나 데이비드 캐머런 David Cameron 전 영국 총리와 마찬가지로, 마테오 렌치 Matteo Renzi 총리도 유럽연합 탈퇴 투표로 이어지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탈리아는 현재 경기 침체, 장기화된 실업, 갈수록 악화되는 금융 위기 등 난항을 겪고 있다. 렌치 총리는 투표가 부결될 경우 사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탈리아의 EU 탈퇴를 지지하는 파이브 스타즈 무브먼트 Five Stars Movement가 이 상황을 이용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프랑스의 탈퇴 (FREXIT)
EU는 이탈리아가 탈퇴할 경우에도 어떻게든 타격을 견뎌낼 수 있다. 그러나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Marine LePen 대표가 내년 5월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EU는 현 상태로 버틸 수 없을 것이다. 르펜은 대선공약으로 EU 조약의 전면적 재논의, 국내법 우선 적용, 유럽중앙은행 무력화, 유럽 내 자유로운 이동 금지 및 단일 시장의 사실상 폐지 등을 내세우고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GEOFFREY 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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