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쇼핑 1번지인 명동 상권의 ‘간판’이 최근 이랜드에서 아모레퍼시픽으로 세대교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간 K패션의 선두주자로 명동에만 2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위세를 떨쳤던 이랜드가 최근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티니위니 매각과 일부 매장 철수 등으로 기세가 꺾인 반면 K뷰티의 대표주자인 아모레퍼시픽은 올해에만 3개의 대형 매장을 선보이는 등 30여개의 매장을 거느린 명동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K뷰티의 인기에 힘입어 아모레퍼시픽이 명동 상권을 빠르게 장악해 가고 있다. 현재 명동에는 아모레퍼시픽의 7개 브랜드, 31개 매장이 영업 중이다. 이니스프리가 11개로 가장 많고 에뛰드하우스가 7개로 뒤를 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자체 편집숍 아리따움은 6개, 메이크업 브랜드 에스쁘아 3개, 라네즈 2개, 프리메라와 아이오페 각 1개씩이다. 명동 주변에 위치한 백화점과 면세점 입점 매장을 고려하면 매장 숫자는 더욱 많아진다.
매장 출점 속도도 맹렬해지는 추세다. 올해 이니스프리 매장 3곳이 새로 문을 열었고 라네즈도 1곳이 추가됐다. 지난달 1일에는 명동 거리 초입에 683㎡(약 207평), 3층 규모의 이니스프리 플래그십 스토어가 재오픈했고, 이어 11일에는 명동 거리 중앙에 위치한 라네즈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가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토탈 뷰티 솔루션 공간으로 재단장했다.
내년에도 아모페퍼시픽의 명동 공략은 계속될 전망이다. 일단 이니스프리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 바로 옆에 에뛰드하우스 대형 신규 매장이 내년 3월 오픈한다. 이 때문에 유네스코회관이 위치한 사거리 일대는 ‘아모레퍼시픽 거리’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이 근처에만 이니스프리 매장 2개와 프리메라 1개, 아리따움, 내년에 문을 열 에뛰드하우스 매장까지 옹기종기 모여있기 때문이다.
반면 패션 브랜드와 음식점을 필두로 명동 일대를 주름잡던 이랜드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스시 뷔페 레스토랑 수사 등 2개 매장을 없앤 뒤 신규 매장을 내지 않고 있다. 현재 이랜드는 SPA 브랜드 미쏘와 폴더, 주얼리 브랜드 로이드가 각 2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고, 여성복 로엠을 비롯해 투미와 에블린, 스파오, 후아유, 뉴발란스, 오에스티, 클루, 자연별곡 매장, 티니위니 매장 등 총 17개의 매장이 있다. 하지만 올해 티니위니를 중국 자본에 매각하면서 국내 매장도 중국에 로열티를 내야하는 상황이 됐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명동이 과거 내수 시장 위주였다면 최근 수년간은 유커 중심의 상권으로 변화했다”며 “글로벌 인지도 면에서 K뷰티가 K패션을 압도하다 보니 세대 교체가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쇼핑 관광 1번지인 명동에 얼마나 화려하고 많은 매장을 운영하느냐가 해외 관광객에게 브랜드의 위상을 보여줄 수 있는 잣대가 됐다”며 “화장품 브랜드끼리 더 좋은 위치, 더 큰 규모의 매장을 내기 위한 명동 자리 싸움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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